여행

어느 철학자와의 해후

와우산 2010. 3. 16. 22:46

          하동에 사는 시한폭탄 친구가 '승수 철학연구소'를 개업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어제 좀 일찍 퇴근하여, 박경리님의 대하소설 '토지'의 주 무대로 잘 알려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최참판댁 옆에 자리잡은 그의 아담한 연구소를 찾았습니다.

 

          진주의 모임에서 가끔 만나 특별한 우정과 대화와 소주잔을 나누었던 폭탄 친구의

          주업은 커다란 농장 경영인데, 지금부터 농장일이 슬슬 바빠지는 시기라 하였으나,

          '유붕이 자원방래하니 불역낙호아'라는 공자님의 말씀대로 그는 나를 진심으로

          환대하여 주었습니다.

 

          장산이가 1년 정도의 예정으로 진주에 내려온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 하고도

          4개월이 지났습니다. 이제 이곳 생활을 정리할 때가 되었기에 차후 어떤 방향으로

          나의 진로를 잡아볼까..이궁리 저궁리 하던 차에 친구도 만나고 조언도 들을겸

          평사리를 찾았던거죠.

 

         '올해는 자네의 운세가 그리 좋지 않으니 가능한한 특별한 일 벌이지 말고 조용히

         지내는게 좋겠다. 수양하고 공부하며 전문지식을 습득하여 내년을 대비하라. 내년

         부터는 모든게 술술 풀릴 것이다.'라는 철학자 친구의 조언을 들었습니다. 큰 참고

         가 되겠습니다.

 

         조용히 자숙하라 하니, 고성군 동화리에 표각천 친구가 주지스님으로 있는 '동화사'

         라는 조그만 절이 있는데 그곳에 가서 몇달 칩거하며 명상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더

         군요. 큰 농장을 운영하고 틈틈이 철학공부하며 부업 또는 취미 또는 공부방으로

         연구소를 개업한 친구는 우리 친구들에게는 복비를 안받는다며 한사코 사양하였습

         니다.

 

         저녁에 부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싱싱한 참게와 메기를 듬뿍 넣고 팔팔 끓인 참게

         메기탕으로 반주를 곁들여 식사하니 근사한 저녁시간이 되었습니다. 한 됫박의 물

         (승수)로써 만족하며 과욕을 경계하고 자연과 더불어 하고 싶은 일 하며 생활하는

         시한폭탄 친구가 무척 부러웠습니다.

 

         친구님들! 간단히 장산이의 근황을 올려보았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구요.

         내내 건강하시고 언제나 행운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