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기행 7 (시인,지사,투사 이육사님 -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은 경북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에 있습니다. 전날 동호회 모임에서 과음하였던 탓인지, 서울에서의 출발이 늦어버린데다가 여름휴가철을 맞아 고속도로 정체가 장난이 아니어서 오후 3시가 되어서야 겨우 문학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 7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아주었다고 안내자가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안동시와 국가보훈처 안동보훈지청의 후원을 받는 문학관은 각종 부대시설과 함께 비교적 잘 꾸며져 있으나 입장료 2,000원을 받는 것이 옥의티네요.
광야(曠野) 이육사
이육사(1904~1944)님은 퇴계 이황의 14대손으로서 뼈대있는 유가 가문의 후손입니다. 본명은 원록으로, 일제에 항거하여 죽는 날까지 투쟁하였으며, 17차례나 투옥되었고 옥중에서의 고문과 병마에 시달리다 결국 북경의 감옥에서 40세의 젊은 나이에 옥사 하였습니다. 1940년대 일제 말기, 수많은 조선의 지식인들이 일제에 타협하거나 굴복 하였지만, 이육사님은 감옥에서의 죽음으로 일제에 끝까지 항거하였습니다. 지금 우리는 육사님을 시인으로서 뿐만아니라 독립운동가로서 애국지사로서 존경하고 흠모하는 것입니다.
문학관 전시실내에 있는 님의 흉상입니다. 언제나 머리기름을 바르고 가르마를 탄 단정한 스타일로 굵은테 안경에 양복을 입으신 깔끔한 멋쟁이였다 합니다.
선생님의 단 하나뿐인 혈육(위로 오빠 하나, 언니 하나는 어렸을때 사망)인 이옥비여사입니다. 옥비라는 이름은 육사가 직접 지어주셨다하는데, 그 당시로는 꽤 세련된 이름입니다. 기름질 옥에 아닐 비, '기름지지 마라, 넘치지 말고 겸손하며 검소하라'라는 뜻이 담겨있다합니다. 를 하시는데 나는 그만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꽃 이육사
당시의 시대적 상황으로 보아 그 참된 삶은 조국의 광복 이후에나 가능한 것이겠죠.
대구 화원고등학교 책쓰기동아리 학생들입니다. 지도교사님과 같이 와서 진지하게 듣고 보고 하더군요. 장산이가 학창시절에 문예반에서 껄떡대던 시절이 생각나더군요ㅎ
사실 이육사라는 이름도 형무소 수인번호 264번을 차용하였다 합니다. 일제에 끝까지 저항한 몇 안되는 시인으로 이육사, 윤동주, 한용운, 이상화 등을 들 수 있는데, 그 중 육사가 가장 치열한 삶을 사신 것 같군요. '나를 키운건 엄격한 규범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뼈대있는 가문의 후손이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생각을 가졌나를 짐작케 하는 대목입니다.
문학관 뒷편에 마련된 육사동상과 대표시 '절정'이 새겨진 시비입니다. 뒤에 복원한 생가 '육우당'이 보입니다.
절정(絶頂) 이육사
사실 육사님은 40평생 생애 총 39편(한시4편, 시조1편 포함)의 시를 쓰셨답니다. 행동하는 투사로서 시쓰기에만 매진할 수 없었던게죠. 39편 중에서 6~7편은 요즘에도 인정받는 명시 입니다. 수백편의 시를 쓰고서도 단 한편도 후세에 길이 남기지 못하는 시인이 비일비재한데, 자유시 34편 중 7편이 명품이라, 대단한 비율입니다.
육사의 생가가 안동댐 건설로 수몰지로 구획되자 문학관 뒤에 생가를 복원해놓았습니다. 기와집 2채로 되어있는데, 앞의 집은 이름하여 '육우당'. 육사의 형 이원기(육사는 여섯형제 중의 둘째)가 명명하였다고 하는데, 형제들이 모두다 우애좋고 똑똑하고 대단하였다 합니다.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발사건에 연루되어 4형제가 함께 수감된 적도 있었습니다.
원천리의 생가터앞 들판입니다. 시인이 꿈을 키운 곳 답습니다. 원천리(遠川里)는 먼냇가마을 이라는 뜻으로 안동읍에서 20여Km를 가야하니 그 당시 기준으로서는 먼곳이 확실하네요ㅎ
육사 생가터에 세워진 시비입니다. 화강석으로 된 청포도알 위에 세워진 시비의 시는 너무나 유명한 시 '청포도'입니다.
도산서원 가는 길에 낙동강을 바라보며 한컷 박았습니다.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에 느긋이 자리잡고 앉아 곡차 한잔 기울이노라면 누구라도 제법 그럴듯한 시한수를 읖조릴 수 있겠죠ㅎ
도산서원 앞의 시사단(試士壇)입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을 본 곳이었다 하는데, 응시자가 7천명에 달했다 합니다. 그 당시 송림이 우거진 넓은 곳이었다 하는데, 지금은 송림도 없어 지고 그 자리가 수몰지역이 되어 10m높이로 축대를 쌓고 중앙부만 높여 복원해놓았습니다.
육사생가 가까이 있는 도산서원(주차비2,000원 입장료1,500원ㅎ)입니다. 대학자요 정치가인 퇴계 이황이
시간이 촉박하여 안동댐의 육사시비, 육사묘소, '절정'을 낳은 칼선대, '광야'의 시상이 떠오르는 윷판대, 퇴계태실, 퇴계종택, 그리고 주변의 봉정사, 하회마을 등을 구경하지 못함이 아쉬웠지만, 초극의 시인, 엄격한 지성, 행동하는 투사, 규범이 키운 선비... 이육사님을 가까이 한 시간이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문학관을 관람하며 눈시울이 붉어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네요. 이옥비여사님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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