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즐거운 일기 / 최승자

와우산 2011. 10. 24. 12:45

                          즐거운 일기                        최승자 

 

오늘 나는 기쁘다. 어머니는 건강하심이 증명되었고 밀린 번역료를 받았고

낮의 어느 모임에서 수수한 남자를 소개받았으므로.

오늘도 여의도 강변에선 날개들이 풍선돋친 듯 팔렸고 도곡동 개나리 아파

트의 밤하늘에선 달님이 별님들을 둘러앉히고 맥주 한 잔씩 돌리며 봉봉

크랙카를 깨물고 잠든 기린이의 망막에선 노란 튤립 꽃들이 까르르거리고

기린이 엄마의 꿈 속에선 포니 자가용이 휘발유도 없이 잘 나가고 피곤한
기린이 아빠의 겨드랑이에선 지금 남몰래 일 센티 미터의 날개가 돋고……

수영이 삼촌 별아저씨 오늘도 캄사캄사합니다. 아저씨들이 우리 조카들을

많이많이 사랑해 주신 덕분에 오늘도 우리는 코리아의 유구한 푸른 하늘 아

래 꿈 잘 꾸고 한판 잘 놀아났습니다.

아싸라비아
도로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