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설야(雪夜) / 김광균

와우산 2011. 10. 28. 16:37

     설야(雪夜)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끝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