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와우산 2011. 10. 29. 11:52

      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어린 눈 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 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내리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 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