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노루 / 백석
와우산
2012. 10. 4. 12:34
노루 백석
장진(長津) 땅이 지붕 넘에 넘석하는 거리다
자귀나무 같은 것도 있다
기장감주에 기장차떡이 흔한데다
이 거리에 산골 사람이 노루 새끼를 데리고 왔다
산골 사람은 막베 등거리 막베 잠방둥에를 입고
노루 새끼를 닮았다
노루 새끼 등을 쓸며
터 앞에 당콩 순을 다 먹었다 하고
서른닷 냥 값을 부른다
노루 새끼는 다문다문 흰 점이 박히고 배안의 털을 너슬너슬 벗고
산골 사람을 닮았다
산골 사람의 손을 핥으며
약자에 쓴다는 흥정 소리를 듣는 듯이
새까만 눈에 하이얀 것이 가랑가랑한다
노루 백석
산골에서는 집터를 츠고 달궤를 닦고
보름달 아래서 노루고기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