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그늘의 발달 / 문태준

와우산 2012. 11. 17. 12:03

    그늘의 발달         문태준

 

  아버지여, 감나무를 베지 마오

  감나무가 너무 웃자라

  감나무 그늘이 지붕을 덮는다고

  감나무를 베는 아버지여

  그늘이 지붕이 되면 어떤가요

  눈물을 감출 수는 없어요

  우리 집 지붕에는 폐렴 같은 구름

  우리 집 식탁에는 매끼 묵은 밥

  우리는 그늘을 앓고 먹는

  한 몸의 그늘

  그늘의 발달

  아버지여, 감나무를 베지 마오

  눈물은 웃음을 젖게 하고

  그늘은 또 펼쳐 보이고

  나는 엎드린 그늘이 되어

  밤을 다 감고

  나의 슬픈 시간을 기록해요

  나의 일기(日記)에는 잠시 꿔온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