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2018. 12. 22, 토)
올해의 마지막 해운대 체류일정이다. 어머니가 옆구리를 다쳤다하여, 파스를 사다 붙여드렸다. 안방에서 거실로 나가다가 어지러워 넘어졌다는데, 어머니가 아마도 중심을 잡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중심을 못잡고 자꾸 쓰러지는 것도 치매증상 중 하나일 수 있다. 오늘이 동짓날이라 저녁에 동지팥죽을 사다가 같이 먹었다.
(2018. 12. 23, 일)
아침에 공복혈당을 측정하니 154가 나왔다. 인슐린을 2단위 낮춰서 8단위로 주사한다. 어머니를 살펴본 결과, 전반적으로 치매가 많이 진행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시공간을 인지한다든지 현상과 사리를 이해하고 판단한다든지 하는 인지기능이 많이 떨어졌고, 환청과 망상으로 혼란과 혼돈에 빠지는 경우가 잦아졌다. 피할 수 없는 치매의 진행과정인데, 별 뾰족한 대책이 없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옆구리에 파스를 붙여드리다가 어머니와 가벼운 실랑이로 내가 그만 짜증을 내고 말았는데, 어머니께 죄스럽고 미안하다. 엄마! 미안해요~~~
(2018. 12. 24, 월)
어머니가 근래 한두달 사이에 인지기능이 현저히 떨어졌다. 나와 동생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엉뚱한 말을 너무 많이 한다. 치매의 필연적인 진행과정이겠지만, 가능한 한 느리게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자. 인슐린을 8단위로 주사하는데도, 아침 공복혈당치가 153이다. 고혈당은 조금씩 잡혀가는 것 같다. 지금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어머니가 교회에 못나간지는 이미 오래 되었는데, 교회측은 물론이고 교회노인대학에서 동아리활동을 함께 하는 어머니의 친한 친구들로부터도, 오래도록 안 보이는 어머니의 안부를 묻는 전화 한통마저 없다. 교회나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지금 어머니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늘따라 어머니와 아들은 더 외롭다. 고요하고 거룩한 밤이 어둠에 묻혀 무심하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