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기

어르신이 혼자 결정 내리기 힘들어하면

와우산 2019. 3. 15. 19:33

열흘만에 다시 해운대에 내려왔다. 이번에도 5일간 머물 예정이다. 어머니의 컨디션은 고만고만한 것 같다. 네사람이 돌아가며 어머니를 잘 케어하고, 어머니도 누워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여기저기 사고치는 일도 적어지고, 집안이 조용해져서 좋긴 좋은데, 반면에 그만큼 어머니의 병환이 깊어져, 심신이 쇠약해지고 활력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니 안타깝기도 하다.

 

지나간 일이지만, 2013년에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홀로되신 어머니가 2014년경부터 지극히 사소한 집안일들에 대해 수시로 나에게 전화하여 물어보거나 내가 집에 들를때마다 물어보곤 하셨는데, 그때 나는 '아버님이 돌아가셨으니 어머니가 집안의 장남인 나와 모든 일을 의논하려고 하는구나. 장남인 나를 중시해서 이런 사소한 일까지도 나의 의견을 듣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당시 어머니의 질문은 너무나 사소하고 평범한 내용이었고, 그 답은 삼척동자도 알만한 뻔한 것이어서 '어머니가 이런 것까지도 나에게 물어보나.'하며 고개를 갸웃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나의 그 생각은 큰 착각이었고, 어머니는 그때 이미 초기치매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연로하신 어르신이, 아주 사소한 문제에 대하여 그 해결책이 뻔한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혼자 결정을 못 내리고 자식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자꾸 물어본다면, 그 분은 인지기능 특히 판단력의 장애상태에 있을지도 모른다. 질문을 받는 입장에서는 '노인네가 나를 중시해 나에게 물어본다. 또는 매사를 빈틈없이 처리하려고 나에게 물어보고 확인한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런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 어르신은 경도인지장애를 넘어 경증치매의 초기단계에 들어섰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 어르신을 모시고 있는 사람들은, 촉을 세워 그 어르신을 잘 관찰하고, 가능하면 빨리 병원에 모시고 가서 치매 인지검사를 받아보게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