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지내기 어려운 시간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박여사님과 최여사님은 근래 어머니의 움직임이 조금 살아난 것을 보고 '요즘 어머니의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잘 지내고 계십니다.'라고 말하지만, 그건 그분들이 어머니를 피상적으로 관찰하였기 때문일 것이고, 이번에 내가 내려와서 닷새 동안 어머니와 함께 지내면서 밀착 관찰해본 바, 어머니의 시공간 인지능력이 몇 달 전에 비해 많이 나빠졌고, 환청과 망상 등이 더 심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제는 둘이 대화를 이어나가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당신이 내 말을 못 알아들으면서 '아버지 제사상에 떡은 올렸느냐?'라는 등 상황과 전혀 무관한 엉뚱한 말을 하셨고, 앉아 있는 그곳이 당신 집 안방인지도 모르고 자꾸 당신 집에 가자고 나를 조르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말하여 기력과 근력은 좀 나아졌으나, 치매는 한층 더 진행되었다. 피할 수 없는 치매의 진행과정이다. 자세한 관찰과 한층 더 정성 어린 돌봄이 필요한 시기이다. 어머니 혼자 지내기 어려운 시간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심히 무거운 마음이다.
오늘 아침 공복혈당치가 109가 나왔다. 인슐린주사를 4단위로 놓고 있는데, 먹는 양을 조절하면 공복혈당치가 90~100이 나오고, 좀 챙겨 드시거나 과식하면 공복혈당치가 110~130이 나온다. 계속 4단위로 주사하면 되겠다. 어머니가 치매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기력과 근력, 시력, 소화력 등 육체적인 건강은 심하게 나빠지지 않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는 그때그때 어머니의 상태에 맞춰서 최선을 다해 케어하고, 살아계실 그날까지 최적의 방법을 찾아 정성껏 간호하면 되겠다. 현관문을 나서는데, 어머니가 요양보호사님의 부축을 받으며 따라 나와 배웅을 해주신다. 늙고 병든 홀어머니를 혼자 남겨두고 집을 나서는 아들의 발걸음은 천근같이 무겁고, 가슴은 먹먹하다. 상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