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피는 오월이 오면...
찔레꽃 송찬호
그해 봄 결혼식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 것인데,
읍내 예식장이 떠들썩했겠다 신부도 기쁜 눈물 흘
렸겠다 나는 기어이 찔레나무숲으로 달려가 덤불 아래
엎어놓은 하얀 사기 사발 속 너의 편지를 읽긴 읽었던
것인데 차마 다 읽지는 못하였다
세월은 흘렀다 타관을 떠돌기 어언 이십 수년 삶이
그렇데 징소리 한 번에 화들짝 놀라 엉겁결에 무대에
뛰어오르는 거 어쩌다 고향 뒷산 그 옛 찔레나무 앞에
섰을 때 덤불 아래 그 흰 빛 사기 희미한데,
예나 지금이나 찔레꽃은 하얬어라 벙어리처럼 하얬
어라 눈썹도 없는 것이 꼭 눈썹도 없는 것이 찔레나무
덤불 아래서 오월의 뱀이 울고 있다
<2006년>
<일러스트 : 이상진>
산문시가 멋지네요.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시입니다. 다른 데로 시집가는 정인(情人)이 남겨놓은 편지가 숨겨져 있는 찔레꽃 덤불숲은, 화자(話者)에게 사랑과 슬픔의 하얀 꽃덤불이 되었습니다. 편지의 사연은 너무나 가슴 아픈 사연이라 화자는 차마 끝까지 읽을 수 없었습니다. 가슴에서 정인을 지우기(?) 위해 화자는, 눈썹을 밀고 화장을 하고 연기를 하는 광대패가 되어, 혹은 유랑극단의 배우가 되어, 객지로 떠돈 지 이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때 그 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슬픈 옛사랑의 추억을 고향의 찔레꽃 덤불에 고이 묻어 두고 영원히 간직할 것입니다. 뱀은 눈썹이 없으니, 오월 찔레꽃이 만발한 찔레나무 덤불 아래서 슬피 우는 오월의 뱀은 눈썹을 민 화자 자신입니다. 우리 친구들 중에도 이런 아픈 사랑, 떠나보낸 슬픈 사랑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잊지 못하는 사람이 있겠지요... 송찬호 시인은 우리 민족의 한의 미학, 슬픔의 미학을 이어받은 출중한 서정시인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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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러시아발 지정학적인 리스크로 유가가 급등하며,
미국 주식시장이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미국 뉴욕 주요 3대 지수가 연이틀 큰 폭 하락하였네요.
금요일, 다우가 1.43%, S&P500이 1.90%, 나스닥은 2.78%나 빠졌습니다.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키고 있는 바이든과 푸틴의 숨겨진 의도가 궁금합니다.
만약 그것이 국내 위기를 바깥으로 돌리고자 하는 노회한 정치인들의 술수라면...
수단 방법 안 가리는 정치판이 정말 무섭네요.
설마 미국과 러시아가 같이 죽자고 서로 대놓고 총질하는 전쟁으로까지야 확대되겠습니까마는,
그렇다 하더라도, 토요일, 바이든과 푸틴의 2차 전화 담판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였다고 하니,
유가 급등과 주가 폭락의 공포가 당분간 시장을 짓누르게 될 걸로 보입니다.
우리 시장도 월요일 아침 일단 갭 하락으로 출발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혹시 월요일 아침에 크게 빠진다면 단타는 가능하겠지만,
본격적인 매수로 덤벼들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약 1~2개월 후, 코스피 지수가 2500~2600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한다면,
그때가 분할 매수의 적기가 되겠지요.
40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경기 피크 아웃,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에,
2500마저 깨진다고 보는 비관적인 전문가들도 많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지금은 현금이 최선의 종목일 것 같네요.
현재 저는, 지수가 빠지면 수익이 발생하는 숏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와 긴축, 오미크론, 경기나 수급전망,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모두 고려해볼 때,
현물 매수는 아무래도 3월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을 걸로 보입니다.
서강대 김영익 교수는 그럴듯한 근거를 제시하며 '5월에 큰 매수 기회가 온다'라고 하더군요.
나도 '5월에 큰 장이 온다'는 그의 의견에 한표 던집니다.
대선이 끝나고, 찔레꽃 피는 오월이 오면, 우리 시장도 슬슬 기지개를 켤 것입니다.
좀 지루하더라도 나는 그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 볼 참입니다.
언제? 어떤 종목을? 얼마나 싸게 사느냐?가 매수의 3대 요소입니다만,
나는 '언제'에 비중을 더 크게 두고 있습니다.
지수 상승의 초기에 살 수만 있다면, 웬만한 종목은 편하게 큰 승부를 걸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친구님들!!! 모두 성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