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과 흔적

내가 중증인가?

와우산 2004. 3. 16. 23:18

어제 밤, 오랫만에 가까운 학교선배를 만나
사업의 어려움, 어지러운 현 시국, 중년의 고독등을 안주감으로
늦게까지 술 한잔 걸치고 집에 들어왔더니...

큰 아이는 강북까지 두시간이 걸리는 통학거리에 지친데다가
용돈이라도 벌어본답시고, 과외선생을 두 탕이나 뛰더니
피곤한지 제 방에서 두문불출.

작은 아이는 방과 후 야자, 과외, 학원수강등으로 초죽음.
12 시가 넘어 들어와서, 또 자기 방에서 책과 씨름하고 있군요.
요즘 아이들은 너무 애처롭군요.
시험 때까지 건강을 잘 지켜야 할텐데...

와이프도 온종일 아이들 뒷바라지, 남편 뒷바라지,
집안살림, 개인활동등등으로 지쳤는지 안방에서 잠들었고...
아이들이 훌쩍 커버리니 서로 대화할 시간도 별로 없군요.

이젠 와이프와 둘만의 사랑이나 낭만등을 이야기하기가
너무 멋적고 새삼스러운 것 같고,
가족들 각자의 관심사도 서로서로 다른 것 같습니다.
아무튼 가족들의 공통분모가 많이 줄어버린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이런 기분 느껴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근래에 들어
불쑥불쑥 외롭다는 생각, 허전하다는 생각, 마치 길 모르는
생소한 공간을 혼자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구만요.

남편의 갱년기 우울증인가 ?
친구들과의 모임에 부지런히 참석해보아도 그것도 잠시일 뿐,
역시 부족한 나의 내부 공간은 채워지지 않습니다.

젊었을 때야 모두들 앞만 보고 달렸지만...
그 땐 어디 옆이나 뒤를 돌아 볼 여유나 있었나요 ?
요즘 문득문득 5 년 후, 10 년 후의 내 모습을 그려봅니다.

인생은 그래도 살아갈만한 것이다라는 어떤 사람의 말을 생각하고,
오늘이 중요하고, 오늘 최선을 다하자고 자신에게 다그쳐봅니다만,
그것도 역시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지나 않을까 걱정합니다.

요즘은 직장생활이나 운동등등으로 몸이 피곤하여도
12 시 이전에는 잠이 잘 오지 않는군요.
아침 출근때문에 새벽 6 시에는 기상하고 있으니
하루 6 시간 이내로 수면을 취하고 있는 셈입니다.
내 기준으로 수면시간이 1 시간 정도 줄어들어 버렸습니다.

모두가 그렇듯이 마음 편하게 낙관적으로 살아야지하고 생각하지만,
그런 나의 모습이, 나의 미성취에 대한 변명만 늘어놓는 것 같고,
번듯하게 이룬 다른 사람들이 나를 두고 바보라고 말하는 것 같군요.

어제 밤 늦게, 여기에 들러 친구들의 많은 사연을 읽고, 느끼고,
노래 신청도 해보고, 오로바둑, 팍스넷등등을 배회하다가 늦게

잠들었습니다. 만약 내가 꿈을 꾸었다면, 그것은, 그냥 이대로 내

인생이 흘러가버려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꿈이었을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