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마음
저멀리 남쪽 섬진강변 매화가 이미 만개하였고,
부산 남천동 해변도로의 벚나무는 곧 꽃망울을 터뜨릴 참이라고
남쪽 친구들이 꽃소식을 알리고 있지만, 여기는 아직 아니네요.
양재천변 뚝방 산책로의 개나리는 이제사 조그만 꽃눈을 틔우고 있고,
출근길, 남부순환도로변의 개나리도
그 예쁜 노란 꽃닢을 아직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회사 가까운 곳, 포이동 기독교 여전도회관앞 화단에 자리잡은 목련들도
지금은 조그만 꽃망울만 준비중입니다.
올해는 유난히 그녀석들의 활짝 핀 모습이 기다려지는데,
그녀석들은 무심하게도 조금만 더 기다리랍니다.
매년 이맘때 쯤이면, 출근길에,
아기자기하게 무리지은 노란 조그만 개나리 녀석들,
그리고 탐스럽고, 소담한 하얀 목련꽃 녀석들.
난 그녀석들을 보면서 비로소 봄이 가까이 왔음을 알아차리고
겨우내 여러가지로 혼탁해진 나의 마음을 씻어내곤 했는데...
암울하고, 피곤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양보를 모르는 어리석은 두세력은 점점 더 첨예하게 대립하는데,
덩달아 민초들까지 멋모르고 패갈림되어, 한껏 휘둘리는 분위기네요.
찬탄세력과 반탄세력은
과거 미군정때의 찬탁, 반탁운동보다 더 격렬하게 대립하고,
젊은세대와 기성세대, 못가진자와 가진자, 방송사와 신문사,
노동계와 경영주, 진보와 보수, 개혁과 수구...
나라 곳곳이 서로서로 뒤엉켜 결사적으로 물고뜯고 싸우지 않는 데가 없군요.
지난 1 년간 소수여당과 거대야당, 청와대와 국회의 싸움질에 인이 박혀
이젠 모두들 등 돌리고 그려러니 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우리 경제는 침체의 터널에서 쉽사리 빠져나올 것 같지 않고,
등허리가 휘는 밑바닥 경제에서는 모두가 죽겠다고 난리입니다.
작년말 우리나라 빈곤아동은 무려 100 만명이나 되는데,
이는 외환위기 이전의 두배 숫자랍니다.
이런 현상은 경제사정 악화로 인한 가정파괴에서 비롯된 것이랍니다.
저멀리 이라크에서는 전쟁 후유증이 확대될 낌새입니다.
전쟁보다 그후의 테러가 더 무섭군요.
우리 젊은이들은 거기 가서 다치지나 않을런지... 걱정입니다.
일부 야심가와 독재자, 정치가의 야비하고 어리석은 욕심때문에,
수많은 무고한 양민들만 희생되고, 전장에 내던져진, 전리품과는 그다지
관계도 없는 애꿎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를 흘려야만 하는가요 ?
카오스가 바로 이런 것일 것입니다.
이렇게 어렵고 어지러운 세상이기에, 사람들은,
말없고 무심하지만, 자연의 섭리에 순종하는,
깨끗하고 욕심없는 아름다운 봄꽃들이 어서 빨리 피기를 기다리나 봅니다.
암흑과 부정, 혼돈과 투쟁의 끝자락에서, 오는 봄과 함께 피어나는 꽃들이,
밝음과 긍정, 화합과 생명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위안 받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출근길에, 친구같고 연인같은 티없이 고운 노란 개나리와,
소담한 목련꽃을 빨리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립니다.
우리경제가 어서 회복되어 민초들의 신음소리가 잦아들기를 기다리고,
끝모르게 이어지는 세력들의 니전투구가
대화와 화합의 장으로 들어서기를 기다리며,
생태계에서 유일무이하다시피한 호모사피엔스의 더럽고 어리석은 전쟁과 테러가
하루 빨리 끝나기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