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5년여의 직장생활중에 자의반 타의반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게되어
그중 일부를 쪼개어 도보 배낭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약 일주일
간의 일정으로 강원도 남부내륙코스를 잡았는데, 태백에서 출발하여
정선, 평창, 영월을 거쳐 단양까지 걷는 코스입니다.
서울에서 현지까지 이동하는 왕복 이틀을 빼면 5일 정도를 하루에 약
30Km씩 합계 150Km정도를 걸을 계획입니다. 이 코스는 지도를 보고
내가 직접 선택하였는데, 이 지역은 강원도 산간내륙이라 지나가는
차량도 적고, 남한강 상류를 끼고도는 코스라 주위 경치도 매우 아름
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이 지역은 지질학적으로 남한에서 고생대 퇴적층이 교과서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곳이라 지질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관심이 많고, 정선,
영월, 단양지역은 화암8경, 영월 석회암지대, 동강, 고씨동굴, 도담삼봉
등 주변에 명승지가 많아 금상첨화일 것 같습니다.
처음하는 도보여행이라 걱정도 되지만 이번 기회에 혼자 걸으면서 나
자신에 대하여 생각도 해보고, 나의 체력과 인내력을 체크해 볼 요량
입니다. 초보라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일단 배낭용적이
허용하는대로 챙겨넣고 금요일쯤 떠날 것입니다.
경험이 많은 친구들이 있으면 꼬리로 조언을 보내주면 고맙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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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청량리 - 태백)
오전까지 밀렸던 일 대충 마무리하고, 점심때 등산복, 배낭차림으로
포이동에서 지인을 만나 식사하면서 "나홀로 여행 간다."고 말하니, "잘
갔다오라." 하며 기름값에라도 보태라고 수표 석장을 준다. 도보여행이라
하니 "대단한 계획을 세우셨네요."한다. 받은 금일봉은 여행중에 멀미약값
으로 써야겠다.
이것 저것 보이는대로 생각나는대로 집어넣고 와이프가 싸주는 과일봉지
까지 담았더니 배낭무게가 장난이 아니네. 군대시절 완전군장 짊어진 기분
이다.어깨가 몹시 아프네. 김광숙이 말마따나 배낭무게 줄이는 연구가
최우선인가 싶다.
이번여행은 의도적으로 예약등의 사전준비나 구체적 계획없이 산따라
물따라 떠도는 컨셉이라 점심후 무작정 청량리역으로 가니 오후 두시 반이
되었는데, 태백 가는 열차는 두시에 떠났고 다음편은 다섯시 새마을 밖에
없네.
두시간이상 기다리면서 오백원에 15분짜리 대합실 공중인터넷에서 놀아봐도
무지 시간이 남는다. 앞으로 효율적인 여행을 위해서는 아무리 자유여행
이라지만 약간의 준비와 시간사용 계획이 필요할 것 같다.
대합실에서, 예전에는 제법 이뻤을 것 같은 젊은 여자노숙자가 옆의 남자
노숙자에게 "오빠 ! 나 저기 좀 갔다올께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
는데, 난 얼른 시선을 돌렸지만 둘이 좋아하는 사이 같다. 내 기분이
찡 ~ 이상해진다.
연민, 자유, 동정, 가난, 패배, 느림, 여유, 만족같은 이미지가 뒤섞여
지금 나의 모습에 오버랩되며 내 머리 속으로 이입된다. 묘한 기분이다.
여행의 스타트가 밝고 활기차야 할텐데...혼자만의 여행은 어차피 허무적
이고 감상적일 수 밖에 없는가 ?
열차에 오르니 승객이 적어 차내가 썰렁하다. 옆자리에 아무도 없고 널찌기
자리 잡으니 여유만만이다. 벌어지는 상황들이 이번 여행 컨셉과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이제부터 태백까지 4시간동안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5월
중순의 멋진 전원풍경과 신록의 산하에 푹 빠지는 일만 남았다.
기차는 예정대로 오후 9시 6분에 정확히 태백역에 도착한다. 역앞 태백식당
에서 사천원짜리 된장찌개 시켜먹고(젊은 아주머니 혼자 영업하고 있던데
약간 짰지만 맛이 무지 좋았음) 바로옆 탑 피시방에서 이보고서를 쓰고있다.
주위에 여관과 모텔이 많은데 여관이 쌀 것 같아 발품을 팔아서라도 조용한
여관을 찾아야겠다. 내일 새벽 5시에 기상하여 정선쪽으로 37 Km 정도 행군
할 예정이다. 제발 발병이 안나야 할텐데... 어서 가서 푹 쉬자. 친구야 ~
안녕 ~~~ 이쁜 꿈 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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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태백 - 정선 몰운대)
어젯밤 잠자리가 편치 않았는지 새벽 4시 반에 잠이 깼다. 24시 기사식당에서
우거지해장국으로 아침을 때웠는데, 맛있게 먹고있는 나를 보고, 내가 배고프고
처량하게 보였는지 예순여섯이라는 식당 아주머니께서 "밥 더 줄까요?" 한다.
날씨는 쾌청한데 산간지방이라 그런지 아침공기가 차다. 시내를 벗어나 35번
국도와 38번 국도가 교차하는 삼거리에 도착하니 한강 발원지 검룡소 12Km 라는
안내간판이 서있다. 거리감각이 무디어진다.
35번 국도상 고갯마루가 가까워지니 삼수령(피재) 좌우방향으로 백두대간등산로
라는 안내판이 서있다. 좌측방향으로 천의봉, 우측방향으로 덕항산이네. 용철
대장이 그 코스를 잘 알겠구나.
온몸이 땀으로 촉촉이 젖었다. 고개마루 안내판에 여기는 낙동강(섬강)과 한강
(오십천)이 발원하는 해발 920m 라고 써있다. 지금 기온은 섭씨 10도, 구름이
제법 드리워져 워킹하기 좋은 날씨다.
태백에서 여기까지 5.6Km, 1시간 15분이 걸렸다. 시속 약 4.5Km의 속도다. 초반
에 너무 오버페이스 하는건가 ? 지금부터 속도를 조금 줄이자. 담배 한개피를
피우고 곧 출발한다. 오르막이 있으니 내리막도 있네.
412번 지방도로길은 번듯하게 잘 닦아놓았는데 가도가도 적막강산이니 정말 나
홀로다. 이래가지고서야 마우나와 진주한테 폰 때릴 사고가 도무지 터질성 싶지
않네. 발바닥과 왼어깨가 몹시 아파 진행속도가 팍 줄어버렸다. 지금 오전 9시
50분. 태백에서 4시간을 왔는데 15.8Km, 시속 약 4.0Km.
계곡옆 키다리 낙엽송 나무숲에 골바람 스치는 소리가 쏴아 한다. 당초 여행계획
을 세울때는 지나간 나의 과거도 돌이켜보고 미래의 내모습을 상상해본다는 목적
도 있었는데, 막상 지금 큰고개를 두개나 넘고 고적한 지방도로를 나홀로 하염
없이 걷고 있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네.
사람이 목표를 정해놓고 몸을 바쁘게 움직일땐 그렇게 되는가봐. 두가지를 같이
하기 어렵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사람들은 운동하고 등산도 하고 하는가봐. 잡
생각 안하는게 심신의 건강에 좋으니까.
발바닥과 발목이 너무 아파 계곡물에 찜질을 하였더니 훨씬 낫네. 베이비파우더
를 신발안에 뿌려두면 좋다던데 미처 준비하지 못해 아쉽구먼. 정선 가서 하나
사야지. 행군속도는 자꾸만 느려진다.
지금 12시 50분. 두줄기 하천이 합쳐져 제법 큰 물줄기(어천)를 이루며 정선쪽
으로 흘러가는 합수삼거리까지 24Km를 왔는데 점심 먹을 식당이 마땅찮네. 아주
드물게 있는 휴게소 주인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농사일을 나간 것 같다. 요즘이
농번기인가 ? 천상 와이프가 싸 준 오렌지를 하나씩 꺼내 먹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두시. 주행거리 28.3Km. 드디어 오른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다. 아이구 ! 배고프다.
10리 20리를 가도 가게라곤 없어요. 내일부턴 아침먹는 식당에다가 도시락을 준비
해달라고 해야겠다. 배고프고 힘빠지니까 좋은 경치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며 땅만 보고 걷게 되네.
정선군 동면 몰운대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총 이동거리 34Km. 총 이동시간 10시간.
당초 오늘의 목적지는 여기서 5Km 더 간 동면 소재지였으나, 더 욕심 내다간 차후
일정에 커다란 문제가 될 것 같아 여기서 오늘 행군은 접기로 한다. 내 맘 이니까.
여기에도 몰운대농원쉼터등 민박집이 제법 있으나 PC방도 없고하여 PC방이 있는
정선읍까지 버스로 이동하기로 한다. 내 맘 이니까. 지금 정선 PC방이다. 저녁먹기
에는 아직 이른 시간인 것 같아 친구들께 둘째날의 소식을 전한다. 세째날이나
네째날 장산이 하고 같이 걸을 친구 있으면 폰 때려 ~
친구들 이따 밤에 좋은 꿈 꿔. 난 내가 내일 동강변을 따라 외로이 걷고 있는데
'웬일로 혼자 걸으세요 ? 제가 같이 걸어드릴까요 ?' 하고 웬 이쁜 아지매가 방긋이
웃으며 사뿐사뿐 내게로 다가오는 꿈 꿀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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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째날(정선읍 - 정선군 운치리)
어제는 강행군으로 무척 힘들었는지 아침 늦게 일어나 식사를 해결하고
도시락을 싸담고 출발하니 8시 30분이다. 오늘은 정선읍에서 영월쪽으로
가수리를 거쳐 운치리쪽으로 힘 닫는데까지 가 볼 참이다.
평창방향으로 42번 국도를 따라 솔치재를 넘어 가리왕산으로 들어가는
삼거리에 오니 10시. 5Km에 1시간 반이 걸린 셈이니 느리다. 솔치재를
넘기는 하였어도 어제하고는 컨디션이 무척 다르네.
광하안내소에서 입장료 1500원(여기서부터 환경부지정 자연생태계 보전
구역임)을 주고 동강변 한적한 코스로 들어선다. 왼편으로 깍아지른듯한
석회암(약 4억 5천만년전 고생대에 형성)절벽, 오른편으로 맑고 아름다운
사행천 동강. 역시 추풍이가 추천한 코스가 멋지구나.
귤암리를 지나니 오후 1시다. 강가에 내려가 부르튼 발은 시원한 물에
담그고 싸온 김밥을 먹는다. 비록 떡김밥이지만 그맛은 아주 달다. 강
건너편에는 강태공들이 낚시를 하고있는데 무슨 고기인지 많이도 잡는다.
지금 건져올리는 시커먼 놈은 아마 1급수에만 서식하는 꺽지라는 놈일게야.
나도 이쁜 고기 하나 건지려고 이리저리 안테나를 세워봤지만 "나 잡아
가소." 하고 기다리는 이쁜 고기는 당최 보이질 않네. 아직 때가 아닌가
아니면 안테나가 시원찮은가.
가수리에 도착하니 오후 2시다. 이동거리 15Km. 이동속도 시속 2.5Km. 아예
놀면서 왔구만. 빨간 캡을 눌러쓴 한 여인이 강건너편 새절교 다리끝 난간
에 걸터앉아 나를 보고 손을 흔든다. 누굴까 ? 어젯밤 꿈에도 이런 시나리오
는 없었는데...
왔다! 드디어 왔구나! 바로 이거구나! 구하면 얻는다더니. 당초 계획된 내
방향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는 새절교를 건너 그녀에게 허겁지겁 다가가니
그녀 왈 "깨끗한 민박집 있어요." 한다.
어제는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어깨죽지가 아파 고생하였는데, 오늘은
발목과 무릅이 너무 아파 발바닥과 어깨죽지는 아픈 줄도 모르겠네. 이건
행군가능 불가능의 중차대한 문제다. 그래도 참고 앞으로 나아가야지.
힘든 발걸음으로 유지마을 부근으로 들어서는데 길옆 공터에서 젊은 부부가
어린애를 데리고 라면을 끓이고 있다. 아까 점심 먹을때 강 건너편에서
낚시하던 부부다. 좀 드시고 가라고 자꾸 권하길래 몇번 사양하다가 한그릇
얻어먹었다.
내 나이를 묻길래 52살이라 하니 젊게 보인다고 깜짝 놀라며 나의 여행모습
이 멋지고 대단하다한다. 친구야 ! 내가 진짜로 그렇게 보이니 ? 젊은 부인
이 한비야의 걸어서 어디까지라는 책을 읽었다며 자기도 다음에 꼭 한번
해보겠단다.
자기들은 경기도 이천에 산다고 도자기축제에 꼭 놀러오란다. 여행중에
만나는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이래서 여행은 좋은가보다. 준비해간
비상식량중에 비스켓을 꺼내 아이에게 주고 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오늘의 목적지 운치리에 도착하니 오후 5시. 총 이동거리 26Km, 총 이동
시간 8시간 30분. 어제보다 행군효율이 떨어졌다. 그래도 좋다. 신동(예미)
쪽으로 나가는 버스가 벌써 끊어졌는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를 않네.
안절부절하는데 노란 봉고가 내옆에 멈춘다. 아까 행군중에 잠깐 이야기한
젊은 총각들이다. 자기들은 사북으로 가는데 신동까지 태워주겠단다. 이렇
게 고마울수가... 신동에서 영월가는 버스는 많으니까...
지금 영월 피시방에서 이 보고서를 쓰고 있다. 내일은 영월에서 단양을
향하여 걸을 예정이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힘닫는데까지
걷다가 힘들면 버스 탈거야. 내 맘이니까. 이 글 올리고 나가서 맛있는
저녁 먹고 숙소 잡아 푹 자야지... 친구야 ! 좋은 꿈 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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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째날(영월읍 - 단양 영춘)
영월역앞 다슬기마을 1호점에서 시원한 다슬기해장국으로 식사하고
88번 지방도를 따라 고씨동굴쪽으로 출발하니 7시 40분이다. 한참
걷다가 물레방아쉼터에서 휴식을 취한다. 3시간동안 10Km정도 온 것
같다.
나는 복도 많은가봐. 여행기간 내내 적당히 구름이 끼어 햇볕도 따갑지
않고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준다. 게다가 비도 오지 않으니 걷기에 딱
좋은 날씨다. 가끔씩 친구들한테서 격려전화도 오니 힘들어도 충분히
견딜만 하다.
천연기념물 219호 고씨동굴 입구에 오니 11시 20분이다. 12Km에 3시간
40분 걸렸으니 시속 약 3.2Km. 점심먹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고씨
동굴을 구경하고 나오니 12시 40분이다.
고씨동굴은 석회동으로서 약 4억년전부터 석회암이 지하수에 용해되어
현재의 동굴모습으로 되었다. 총길이는 6.3Km로 대규모이나 관광객들
에게 900m만 개방되고 있다. 울진의 성류굴에 비해 종유석 발달이 미비
해 아쉽다.
아침 먹을때, 식당주인장이 고씨동굴에 가면 강원토속식당을 찾아가서
이지방의 별미 칡국수를 꼭 드셔보라고 추천하던 말이 생각나 칡국수를
먹기로 하였으나,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그집을 찾아가니 오늘이 장남
결혼날이라 휴무한다고 써붙였네. 그럼 옆집에서 먹지 뭐 ~
사천원짜리 칡국수 하나를 시켰는데, 손바닥만한 감자부침 한쪽과 감자
떡 한개를 기본으로 더 얹어주네. 양이 푸짐하고 맛도 기가 막히다.
시장했기 때문인가. 친구들도 여기 들르게 되면 꼭 한번 드셔보시게.
담배 한대 피우고 영춘으로 향한다. 오른편으로 동강에는 "영차! 영차!"
래프팅하는 젊은이들의 고함소리가 요란하다. 각동교를 건너 595번 지방
도로 들어서니 노견처리도 잘 되어있고 다니는 차도 적어 걷기가 훨씬
쉽다.
영월에서 고씨동굴까지 88번 지방도는 차량도 많고 고속주행하는데다가
노견처리도 미흡하여 도보여행코스로는 영 아니다. 지금 2시 50분.
샘골에 도착하니 강원도와 충청북도의 경계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있다.
여기만 넘으면 정들었던 강원도땅도 안녕이구나. 이쪽에는 김삿갓선생이
"하늘이 내린 살아숨쉬는 땅 강원도. 안녕히 가십시오." 라고 인사하고,
저쪽에는 충북 단양군에서 고드미와 바르미가 "어서 오십시오." 하고
인사한다.
영춘 넘어가는 고갯마루 오사리재에 올라오니 후득후득 비가 내린다. 큰
비를 만나지는 말아야할텐데... 어제보다는 걷기가 편하다. 묘한 현상이
다. 차츰 적응이 되어가는건가. 595번 도로에서 흙과 풀을 많이 밟고왔기
때문인가 보다.
영춘에 도착하니 오후 4시 40분. 총이동거리 23Km, 총이동시간 7시간 40분.
당초 계획으로는 영춘에서 버스편으로 단양가서 1박후, 내일 읍주변에 있는
고수동굴, 도담삼봉, 석회암지형(돌리네, 우발라등)을 관광하고 상경하는
일정이었으나,
마침 영춘에서 5시에 출발하는 동서울행 무정차 직통버스가 있네. 그들 말
로는 2시간 40분밖에 안걸린단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엉겹결에 나는
내몸을 그 버스에 실어버린다.
여기는 우리집. 여행길도 좋더라만 우리집도 좋구나. 친구야 ! 내일 마무리글
올릴께 ~ 잘 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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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어제,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아마도 집과 가족과 친구들이
그리웠던가보다. 어쨋든 이번 코스는 언젠가 꼭 한번 걸어보기를 원하였던 코스라,
이번에 모든 여건이 맞아떨어져 큰맘먹고 도전했고 사고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친구들이 마음으로 전화로 꼬리글로 격려해주고 함께 걸어주었기때문에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친구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3일동안 총
도보이동거리는 약 83Km, 총 이동시간은 약 26시간이니 하루에 대강 8시간 남짓 28
Km씩을 걸은 셈이다. 전문가들 기준으론 하찮은 일정이겠지만 초보자인 나로서는
다소 무리한 행군이었으나 짧은 기간이었기때문에 가능하였을 것이다.
혹시 다음에 도보여행하려는 친구에게 도움이 될까싶어 이번 여행에서 내가 느끼고
체험한 몇가지를 생각나는대로 간단히 알려드린다. 참고만 해 ~
1. 배낭무게를 최소화 할 것. 한비야는 수건도 반으로 잘랐다고 함. 혹시 필요하지
않을까하여 무작정 집어넣었다가는 크게 후회함. 그때는 배낭이 싫어지고 무서워짐.
2. 코스를 잡을때 가능한한 국도를 피하고 한적한 지방도나 무명도로를 이용할 것.
쌩쌩 지나가는 차량이 무섭고 위험하여 피로를 가중시키고 이동속도를 제한함.
3. 도로 왼편을 따라 걸을 것. 눈은 전방 마주오는 차량을 주시하고 귀는 후방에서
다가오는 차량소리에 열어놓을 것. 마주오는 차량이 100m정도 접근하면 길옆으로
피할 것. 야간에 차량이 주행하는 도로에서의 이동은 절대 금지. 자살행위임.
4. 여행중에 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나 좋아하는 일을 준비할 것. 사진촬영, 여행글
쓰기, 각종 채집이나 수집등 아무거나 좋음. 그런게 없으면 걷는 것이 노동이 될
가능성이 많음.
5. 여행중에 아슬아슬하고 짜릿한 사건이 생기지 않나 기대하지 말 것. 거의 불가능
하고 그런 사고는 다른데서 찾는 것이 더 빠를 것임. 마우나야 ! 진주야 ! 미안 ~
6. 예산을 알뜰히 잘 짤 것. 매일 숙박업소에서 자고 매식한다면 경비가 장난이 아님.
하루 한끼정도 직접 끓여먹고 가끔씩 무전숙박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임할 것. 그때는
얼굴이 약간 두꺼워져야 함.
7. 혼자 여행은 가능한한 피할 것. 무지 외롭고 심심함. 나는 매일 등산방에 글 올리
며 친구들과 함께 다니는 기분으로 걸었고 또 친구들 꼬리글 격려로 나홀로 여행
이 가능하였음. 두사람정도의 동반여행이 좋을 것 같음. 숙박비등 1인당 기본비가 많
이 절감됨.
8. 초반에 오버페이스하지 말 것. 처음에는 발걸음도 가볍고 배낭도 가볍게 느껴지나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악화됨. 초반에 욕심내지 말고 체력안배를 잘 할 것.
9. 먹을것은 언제나 사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 시골지방도나 무명도로 주위
에는 식당이나 가게를 찾기가 만만치 않음. 1 ~ 2회분의 부피작고 가벼운 비상식량을
꼭 준비.
10. 여행 떠나기전에 꼭 필요한 준비물은 철저히 챙길 것. 집에 있는 것까지 밖에서
구매한다면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음.
11. 용철대장등 등산선배나 친구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을 것. 흘려보냈다가는 큰 코
다침. 내가 직접 겪어보니 다년간의 직접경험에서 나온 돈으로 살 수 없는 천금같은
조언이었음.
12. 가능하면 포장도로보다는 노견이나 비포장도로의 흙과 풀을 밟고 걸을 것. 장거
리 여행에서는 발에 주는 충격에서 엄청난 차이가 남.
이번 여행이 나에게 다소나마 재충전의 기회가 되었고, 아직까지는 내가 체력적으로
완전히 허물어지지는 않았다고 생각되어 스스로 작은 보람을 찾았다.
솔직이 말하자면 친구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할 수 없었고 쉬운 길을
찾을 수도 없었어. 친구들의 격려 덕분에 무사히 여정을 끝낼 수 있었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2005. 0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