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과 흔적

살다보니 이런 황당한 일도 있더라

와우산 2005. 6. 9. 23:53

전에 회사 다닐때 이야기.

퇴근하고 집안에 들어서니 웬일인지 와이프가 아는 체도 안한다. 딴 때 같으면
옷 받아 걸면서, 나를 슬쩍 쳐다보며 내 표정을 체크하고,예리한 후각으로 옷에
배인 냄새를 분석하여, 남편이 어디 가서 무얼 먹고 무슨 짓을 하고왔는지 대충
파악하곤 했었는데...

한참을 눈치보며 쭈뼛대도 시선 한번 주지 않고 계속 말이 없다. 이거 아무래도
이상하다. 분명 나에게 불리한 무슨 일이 있는거여 ~ 죄지은 사람처럼 슬금슬금
다가가 "무슨 일이 있느냐 ?" 고 계속 물어보아도 대답이 없더니 한참 뒤에야
다짜고짜로,

"당신 정말 그럴 수 있느냐 ?" 고 다그친다. 이대로는 도저히 같이 살 수 없으니
당장 이혼하잔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
예전에 꽃놀이 가면서 전국ROTC총동문회 정기총회겸 야유회라고 뻥친게 탄로났단
말인가 ? 기념타올 같은거 집에 가지고 갈때는 무슨 글자가 박혀있는지 꼭 확인
하는데...

요 근래에 내가 초상집을 너무 자주 갔나 ? 이웃 동생들과 나이트가서 부킹하고
어쩌구저쩌구 한 적은 있는데... 그녀석들이 설겆이를 잘못해서 불똥이 우리집
까지 튀었나 ? 평소에 지은 죄도 있고하여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나는 훌쩍
훌쩍 눈물을 쥐어짜는 와이프를 살살 달래어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웬 놈이 낮에 우리집에 전화를 하여 평지풍파를 일으켜놓았네. 내이름을 대면서
자기는 김**님의 부하직원인데 김**님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하며 망
설이다가 나를 위하여 어려운 결심을 하고 전화를 드리는거래나뭐래나...

세상에나 ~ 내가 회사의 젊은 여직원과 연애를 하고 있는데 아마 깊은 관계까지
간 것 같더라. 온 회사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 두 사람만 그런 줄도
모르고 사랑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무래도 김**님에게 큰 위기가 닥칠 것
같아 알려드린다. 사모님께서 직접 말려야한다. 뭐 대충 이런 요지였어.

난 밤새 잠도 못자고 결백을 주장하고 설득하고 해명해봤지만 와이프는 나의 말
을 쉽사리 믿을려고 하질 않네. 참 살다 보니 별 미친 놈도 다 있네. 도대체 그
놈의 저의는 무엇일까 ? 우리집 전화번호와 내 이름, 회사직책까지 아는 걸 보면
나를 잘 아는 내 주변의 사람인 것은 분명한데...

난 주위와 원수지는 일이나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데... 와이프한테 물어보아
그놈의 목소리나 말투등을 참고하여 그놈이 대체 누구인지 알아내보려 하였지만
도저히 알아낼 수가 없더라. 우리 부부를 이간질 시켜 득을 보게되는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

ㅎㅎㅎ 친구들 ! 무슨 탐정소설 같제 ? 난 그놈이 누군질 아직도 몰라. 살다보니
그런 일도 있더라. 평상시에 죄 짓지 말아야지. 난 그때 그일 땜시 엄청 고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