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이야기

강원랜드 주차장 스케치

와우산 2005. 12. 6. 23:56

내가 토목관계 일때문에 사북 강원랜드로 가끔 출장가곤 하는데,
업무용 승용차를 주차시킬 자리가 마땅치 않아, 가까이 있는 카지노
주차장을 자주 이용하는데, 거기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나
비슷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꼭 얼이 빠진 것 같아 정신나간 멍한 표정이다.
서로서로가 눈길 마주치기를 피하고, 내가 쳐다볼 때마다 상대는
시선을 항상 다른 데로 두고있다. 자기노출을 피하고 싶은 죄지은
사람같은 태도다. 얼굴에 활기나 웃음끼를 띠고 있거나, 활기차게
이야기하거나 걷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특히 아침에 파킹할 때 보면, 주차장 곳곳에 시동을 걸어놓은 차속
에서 쪼그리고 새우잠을 자는 사람들을 꽤 볼 수 있다. 밤 늦게까지
노름하면서 털리고... 인접 호텔에서 편안히 잠 잘 형편도 못되고
하니 이튿날 개장때까지 그냥 차에서 눈을 붙이는 경우다.

주차장화장실 세면대위에는 '머리를 감지 맙시다'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는데, 뭔말인지 알겠제 ? 차에서 잠자고, 화장실에서 세면하고,
밥은 제대로 먹고 하는지... 조금있다가 부시시 깨어나면 그들은 또
허망한 대박꿈에 속절없이 자기를 해체하리라. 질러야 먹는다면서...

파킹된 차들의 번호판을 살펴보면 그차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차
들임을 알 수 있으며, 많은 차들이 중형이하의 승용차, 승합차등이며
심지어 영업용 화물차, 택시들도 많다. 중산층과 서민들이 주로 이용
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생업에 열중하여야 할 시간에 대박환상
에 사로잡혀 빠져나오기 힘든 무서운 곳으로 침잠하는 것이다.

외제 승용차나 고급 대형승용차들도 가끔 보이지만, 이른바 큰넘이나
전문 갬블러들은 여기를 잘 찾지 않고 주로 해외로 원정가서 피같은
달러를 내다버린다고 한다. 어쨌든 큰넘들이나 잔챙이들이나 길게 가면
망가지는 것은 매한가지... 요즘도 객장에 가보면 테이블마다 기계마다
"형님! 한푼만..." 하면서 뽀찌 얻으러 다니는 구걸꾼들이 상당수다.
그넘들은 구걸해 모은 돈으로 꼭 다시 노름한다. 노름중독이 무섭제 ?

일 보고 나올때, 어떤 아주머니 둘이가 고한역까지 편승을 부탁하길래,
내가 원래 여자의 부탁은 거절하지 못하는 성미라 태워주었는데, 그녀
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두시간 동안 한 여인은 170만원, 또 한
여인은 300만원을 날렸단다. 될듯될듯 하면서 안되더라고 아쉬워하면서
170만원 날린 여인이 300만원 날린 여인에게 '이제 그만 잊어버리라'고
위로하더라.

본전생각이 나더라도 다시는 이곳을 찾지말라고 그녀들에게 내가 단단히
일러주었지만, 아마 그녀들은 조만간 밑천을 마련하여 틀림없이 다시 찾
아올 것이다. 나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생리를 너무나 잘 아니까...
그래도 이여자들은 약과다. 어떤 중증환자들은 여기서 몇날며칠 장기체류
하면서 완전 거덜나고 피까지 다 빨린다고 한다.

주차장 뒷산에는 보안초소가 빙 둘러 세워져있고, 검은 싱글정장에 머리
를 짧게 깍고 귀에 이어폰을 꽂은 건장한 젊은 청년들이 2인1조로 건물과
주차장 주위를 정기적으로 순찰한다. 그들의 임무중 중요한 하나는, 세상
이 그만 싫어지는 사람들이 최후의 액션을 하기전에 그들을 미리 찾아내는
것이다. 실제로 여기 카지노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단다.

친구야 ! 내가 뭔 얘기하는가 알겠제 ? 노름 하지마라. 거기에 미치면
마누라까지 팔아먹는다. 화투, 마작, 골패, 카지노, 경마, 경륜, 성인오락,
로또, 선물옵션... 흐미 ~ 많기도 하다. 나는 안해본 것이 없네. 무섭다.
여기에 미치면 결국 끝에 남는 것은... 집안이 내려앉고 가정이 해체되며,
심신이 황폐해지는 이른바 패가망신 !!!

노름판에서 최후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뻔하다. 하우스 차린넘과 데라 뜯는
넘 둘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시게. 사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큰 문제야...
노름을 너무 좋아해서리... 바둑을 둬도 젠장 내기가 걸려야 재미가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