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라 문성해
한번도 만날 수 없었던
하얀 손의 그 임자
취한(醉漢)의 발길질에도
고개 한번 내밀지 않던,
한 평의 컨테이너를
등껍질처럼 둘러쓴,
깨어나보면
저 혼자 조금
호수 쪽으로 걸어나간 것 같은
지하철 역 앞
토큰 판매소
오늘 불이 나고
보았다
어서 고개를 내밀라 내밀라고,
사방에서 뿜어대는
소방차의 물줄기 속에서
눈부신 듯
조심스레 기어나오는
꼽추여자를,
잔뜩 늘어진 티셔츠 위로
자라다 만 목덜미가
서럽도록 희게 빛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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