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기 163

간병기를 마칩니다

지난 9월 9일 오전 사랑하는 저의 어머니가 소천하였습니다. 잠들 듯 편안한 모습으로 눈을 감으셨다 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올해 들어서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고 모시지 못하여 고아로 남은 못난 불효자식은 한이 됩니다만, 어머니는 임종 순간에 어떠한 아쉬움이나 서러움이나 고통 없이 편안하게 잠드셨을 것으로 믿습니다. 코로나의 재확산으로 지난달 11일 예정되어 있던 세 번째 비접촉 면회가 전면 중단된 이후로, 애만 끓여 왔었고, 사실 일주일 전에 성심병원 집중치료실에 다시 올라가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아졌을 때,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일을 당하니 참으로 허무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게 실감이 안 납니다. 마치 지금도 어머니가 옆에 있는 것 같군요. 코로나 때문에 병원에 마..

간병기 2020.09.13

콧줄을 자꾸 빼면 다시 끼운다고 어머니만 고통스러울 테니

지난달 28일 어머니를 면회하면서, 의사와 간호사로부터 '어머니의 건강이 그런대로 잘 유지되고 있다.'라는 말은 들었지만, 내가 볼 때 어머니의 치매는 한층 더 진행된 것 같았고, 어머니가 온몸의 가려움증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던 적이 있다. 간호사님은 '어머니가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자꾸 긁는다.' 하시네. 가려움증을 완화시켜주는 약이 있다면 처방해 달라고 부탁하였는데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다. 오늘 간호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어머니의 혈압이나 혈당 등 다른 제반 수치는 큰 문제가 없는데, 다만 산소포화도가 조금 떨어져 산소를 최소량 계속 공급하여야 한다.'라고 한다. '이제부터 어머니는 산소 1리터를 항상 써야 한다.'라고 알려주시네. 왜 그런 내용까지..

간병기 2020.08.01

두 번째 비접촉 면회

한 달에 한번 허용되는 비접촉 면회 예약 일정에 맞추어 동생과 나는 어제 어머니를 비접촉 면회하였다. 좀 일찍 병원에 도착하여 면회 전에 담당 의사 선생님과 먼저 면담하였는데, 어머니는 요즘 큰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말씀하시네. 의학적인 각종 검사 수치도 관리범위 내로 들어와 가족들이 너무 큰 걱정을 안 하셔도 된다는 말씀을 듣고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유리창 너머의 어머니를 만나볼 수 있었다. 차단벽을 극복하기 위하여 저번에는 전화기를 쓰더니 이번에는 마이크와 헤드폰으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콧줄을 끼고 마스크까지 하고 있으니 얼마나 갑갑할까요... 우리를 보자 반가운 듯이 가벼운 웃음을 짓더니 두 아들을 응시하는 어머니입니다. 우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좀..

간병기 2020.07.29

어머니의 꽃무늬

DAUM cafe '54년 말띠'방에 '이정'이란 닉네임으로 2004년 가입하여 문학방 등에서 간간이 좋은 글을 써왔던 이병룡 친구가 올봄에 그의 세 번째 시집 [외숙모]를 발표하고 나에게 시집 한 권을 보내왔네. 병룡 친구~ 고맙소. 그리고 축하하오. 오늘 한가한 휴일에... 한층 더 원숙해진 친구의 시를 감상하다가 '어머니의 꽃무늬'란 시를 읽고 여기에 옮긴다. 이 시가 실제 그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연령이나 시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이 시가 하늘나라로 떠나신 친구의 모친에 대한 사모곡으로 보여,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간병하고 있는 나는 동병상련을 느끼며, 친구의 사모곡을 나의 간병기에 옮겨 고이 보관한다. 어머니의 꽃무늬 이병룡 알츠하이머 증세와 척추장애로 와병중인..

간병기 2020.06.28

드디어 비접촉 면회가 허용되었다

COVID-19로 본의 아니게 불효자식이 되어 가슴 졸이며 어머니를 만나 볼 날만 기다리고 기다리던 차에, 해운대성심요양병원으로부터 6월 9일부터 비접촉 면회가 가능하니 신청하라는 통보가 와서, 우리는 즉각 면회를 신청하였는데, 6월 11일로 예약이 되어 동생과 내가 어머니를 만나 뵙고 왔다.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한 환자만 면회가 가능하다고 하니, 어머니는 휠체어로 이동 가능한 환자에 포함되는 셈이어서, 그것부터가 좀 안심이 되는 상황이다. 환자 당 한 달에 한 번 보호자 최대 2명에 한하여 면회가 가능하고 면회시간은 1회에 10분으로 제한한다고 하니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나와 동생은 감지덕지 고마운 마음으로 어머니를 만나보았다. 미포오거리 부근에 위치한 해운대성심요양병원 전경입니다. 이면도로 주택..

간병기 2020.06.14

미필적 고의에 의한 간접살인 아닌가?

지난 1월 19일에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뵙고 나서 코로나 사태 때문에 지금까지 면회도 못 하고 애만 태웠으니, 내가 어머니를 못 본 지도 벌써 4달이 되어 간다. 그런데 오늘,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된 지 채 3일도 지나지 않아, 코로나19에 감염된 20대 젊은이가 확진 전에 이태원 클럽 등을 돌아다니면서 벌써 40명 이상을 감염시켰고 클럽의 접촉자 수도 최소 1,900명 이상이라 하는데, 더구나 1,300명은 연락도 안 된다 하니, 어이가 없다. 그 젊은이는 확진받기 전에 강원도 여행을 갔고 증상이 시작된 날 서울과 경기도에서 클럽 등 여러 곳을 마구잡이로 돌아다녔다고 하니, 도대체 그놈의 심보가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네. 또 이태원 클럽에서 감염된 인천의 어떤 젊은이는 마스크도 쓰..

간병기 2020.05.10

어버이날 화상통화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에 한 자릿수 미만의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6일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하였다. 그에 따라 일부 요양병원에서는 병원 내에 비접촉 면회소를 만들어 비록 하루 10명 이하로 제한된 수의 인원이지만 환자와 보호자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 얼굴이라도 보게 한다는데, 해운대성심요양병원은 면회를 제한한다는 안내만 내보내고 있어 갑갑해하던 차에, 어제 어버이날에 병원 측에서 어머니와 화상통화를 주선해주어, 동생이 어머니와 통화하였다고 한다. 어머니가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있었다 하니, 어버이날이라고 병원에서 신경을 꽤 쓴 모양이다. 그 많은 환자 한 분 한 분을 보호자와 화상 통화하게 하였을 터이니, ..

간병기 2020.05.09

집중치료실에서 일반 병실로

오늘 성심요양병원 8층 집중치료실 담당 간호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머니의 상태가 약간 좋아져, 8층에서 원래 계시던 3층 병동 입원실로 병실을 옮긴다는 통보다. 코로나19 때문에 면회도 안 돼 갑갑하고 조마조마하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다. 추측컨데, 어머니보다도 더 위중한 환자가 들어와서 그분이 8층 집중치료실로 바로 들어가고 8층 환자들 중에서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어머니가 전에 있던 3층으로 내려가게 되는 정황으로 보이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든 어머니가 좀 회복되었다고 유추할 수 있으니 마음이 조금 놓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해운대성심요양병원입니다. 예. 안녕하십니까? 간호사님~ 다름이 아니고 어머니가 경관식은 하고 계시는데, 전반적인 컨디션이 밑에 있을 때보다 조금 나아지셔 가지..

간병기 2020.04.22

당신의 내면에 당신의 아들을 불러들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동생이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계신 어머니와 지난달 20일에 화상통화를 한 이후로, 나는 어머니가 너무 걱정되어 지금까지 줄곧 안절부절못하였는데, 여전히 코로나19 사태로 면회도 금지되어 갑갑하고 불안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던 차에, 마침 오늘 병원 측과 조율이 되어 어머니와 두 번째로 화상통화를 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여전히 콧줄을 끼고 있었지만 예상외로 컨디션이 좋아 보였으며, 당신의 통화 상대방이 당신의 큰아들임을 바로 알아보셨다. 물론 간호사님이 서울 큰아드님과 통화한다고 어머니에게 미리 알려주었겠지만, 어쨌든 당신은 휴대폰 화상통화로 나를 알아보며 반응하였고, 서로가 미진하게나마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기에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어머니는 그리 수척해 보이지도 않았으며, 콧줄 등으로 괴로워하거나 불..

간병기 2020.04.11

어머니와 화상통화

전 세계 COVID-19 확진자수가 24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수도 1만명을 넘었다. 우리나라 확진자 수도 8,800명에 달하고 사망자수도 100명을 넘어섰다. 우리는 지금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질병관리본부 정은경본부장이 오늘 대국민 브리핑을 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만연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토착화되어 인플루엔자보다 치명률이 훨씬 높은 계절독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일 게다. 최근에는 유럽과 미국 등에서 바이러스 감염증이 창궐하여 걷잡을 수 없는 모양새다. 하루에 600명 이상씩 죽어나가는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지방은 중국 우한보다 사태가 훨씬 더 심각하네. 생지옥이 따로 없다. 우리나라에도 교회, 요양시설 등을 중심..

간병기 2020.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