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전 선 박봉우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번은 천둥 같은 화산(火山)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姿
勢)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高句麗) 같
은 정신도 신라(新羅)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意味)는 여기에 있었던가.
모든 유혈(流血)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
장(廣場).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채 휴식(休息)인가, 야위어가는 이야기뿐인가.
언제 한 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 같은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 번 겪어야 하는가. 아무런 죄(罪)도 없이 피어난 꽃은
시방의 자리에서 얼마를 더 살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길은 이뿐인가.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번은 천둥 같은 화산(火山)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姿勢)
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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