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와우산 2012. 9. 27. 13:14

                       알 수 없어요                    한용운

 

 

    바람도 업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떠러지는 오동닙은

     누구의 발자최임닛가


   지리한 장마끗헤 서풍에 몰녀가는 무서은 검은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골임닛가


   꼿도 업는 깁흔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처서 옛 탑위의 고요한 하늘을

슬치는 알 수 없는 향긔는 누구의 입김임닛가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니고 가늘게 흐르는 적은

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임닛가


   련꼿 가튼 발꿈치로 갓이 업는 바다를 밟고 옥가튼 손으로 끗업는 하늘

지면서 떠러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임닛가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됨니다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임닛가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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