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과 흔적

한밤중에 잠이 깨어...

와우산 2014. 10. 14. 04:19

다시 잠이 오질 않네.

무척 갑갑하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만두는 그날까지 부사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지금까지처럼 무난하게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게 되길 바랬는데...

 

요즘 건설경기가 최악이라, 큰 회사들도 구조조정한다고 난리들인데,

우리회사 같은 작은 조직이 예외가 될 수 있겠나?

난 그냥 이마에 '부'자 붙이고... 가지고 있는 노하우, 인맥, 기술을 전수하며,

직장생활 편하게 끝내고, 좋은 모습으로 은퇴하게 되길 소망했는데...

 

어제 졸지에 오너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르는 험하고 어려운 일을 맡았다.

이번에 6명의 서울사무실 임직원을 권고사직시킬 계획이다.

모두 같은 사무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일하던 사오십대 직장후배들이며,

모두 나를 잘 따르던 동생같은 사람들인데...

 

어제 두명에게 통보했는데, 그들의 표정에 나타나는 당혹, 배신, 불안, 절망,,,,

나도 예전에 몇 번 당해보아, 그 심정을 너무나 잘 안다.

오늘 출근하면 나머지에게도 마저 통보해야 하는데... 정말 못할 짓이네.

동반 침몰을 피하려면, 안타까워도 순서를 정해 짐을 덜어내야 하겠지...

 

구조조정 후의 경영 정상화까지도 나의 몫이다.

우리 나이가 일복이 터졌다고 마냥 좋아라만 할 군번이 아니제?

회갑 지난 이 나이에 어깨에 짊어진 짐이 너무 무겁다.

 

그리고 슬프다.

칼자루를 휘두르며 손에 피를 묻힌 사람은, 언젠가 그날이 오면,

정작 자기도 토사구팽 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슬프다.

잠이 안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