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기행

문학기행 17 (만해 한용운님 - 충남 홍성, 강원 인제)

와우산 2015. 2. 12. 17:01

일제강점기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독립투사요, 시대를 앞서가는 승려였으며 불교학

의 석학이었고, 뛰어난 시인이었던 만해 한용운님의 자취를 더듬는 일은 필부 장산이로서

는 힘에 부치는 일이 될 수 밖에 없어, 작년부터 만해 기행문을 쓰려고 자료를 수집하며

미적거리기만 하다가, 오늘 별 수 없이 그냥 사진 몇장 올리고 님의 대표시 몇편 소개하는

것으로 나의 만해 문학기행에 가름하였습니다. 간디와 타고르를 합쳐도 만해에 못미친다

절세의 천재 한용운님의 흔적이 실로 엄청나더군요. 큰 산과 마주한 느낌이었습니다. 

 

 

 

                                 <만해연보>

                                 1879년 충청남도 홍성군 결성면 성곡리 출생

                                 1907년 28세에 설악산 백담사에서 불문에 귀의

                                 1918년 청년계몽운동지 '유심'지를 창간, 주재

                                 1919년 3월 1일  불교대표로 독립만세운동에 참가(3년간 마포형무소 감옥살이)

                                 1926년 시집 '님의 침묵' 출판

                                 1931년 만당 당수, 월간 '불교'지를 인수, 2년간 간행

                                 1944년 서울에서 중풍으로 사망(65세)

                                 1962년 대한민국건국공로훈장 추서

 

 

만해를 기리는 문학관이나 기념관 등은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 주로 님의 고향인

홍성, 동국대, 남한산성 만해기념관, 강원도 인제 백담사와 만해마을에 세워져 있습니다.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는 차디찬 띠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
쳐서, 사러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골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
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얏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1926>

 

님의 대표시집 '님의 침묵'에 수록된 님의 대표시입니다. 종교적이고 철학적으로 읽어도... 사랑시로

읽어도 절창입니다. 정말 쉽게 읽히는 시이지만, 멋진 시입니다. 소월의 '진달래꽃'이나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과 함께 우리의 대표시들은 모두 쉽게 읽힌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저는 작년 7월 중순에 전라도 출장길에 짬을 내어 충남 홍성을 방문하여 만해사와 만해

생가 만해문학체험관 등을 둘러보았습니다. 홍성 읍내에는 만해선사상과 시비가 세워져

있고, 결성면 생가터에는 생가가 두칸 복원되어 있고, 그 옆에는 만해사가 1995년에 준공

되어 만해제가 열리곤 합니다.  

 

충청남도 기념물 제75호인 만해 생가입니다. 초가 두칸집으로 복원되어 있고,

입구에 만해 선사님께서 뭘 읽고 있네요. 3·1 독립선언문 공약3장을 읽고 계신가?

 

 

'전대법륜'.... 님의 대표시 '님의 침묵'이 쓰여진 방문 위에 님이 쓰신 액자가 걸려있습니다. 커다란

法(진리)의 수레바퀴를 돌려라... 라는 뜻입니다. 만해는 자신의 큰 사상이나 생각을 행동으로 직접

보여준 위대한 불교사상가, 승려, 시인, 독립투사였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장산이는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이 조그만 자전차 바퀴나 굴리며 쪼잔한 일상을 반복하는 소인배에 지나지 않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복 종          한용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 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 달금합나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님의 침묵'에 나오는 '님'보다도 이 시에서 '당신'은 더 '당신' 이상의 뜻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지만

단순히 사랑시로 읽어도 절창입니다. 한용운님의 시의 매력입니다. 5~60년대 우리 선배들은 이 시를 연애

편지 대신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많이들 보냈다합니다.

 

 

님을 기리는 사당 '만해사'입니다. 생가터 왼편 야산 중턱에 단아하지만 근엄하게 세워져 있습니다.

만해사는 일자형으로 되어있고 안에는 만해의 영정이 모셔져 있습니다. '만해사'라는 편액글씨는

수덕사 방장을 지낸 원담스님이 썼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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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년말, 동해안 속초에 놀러가는 길에 인제를 경유하여 북면 용대리에 위치한 만해마을

을 방문하였습니다. 만해축전이 열리는 여름에 방문하지 못하여 아쉬웠지만 차가운 날씨

속에 님의 자취를 더듬어보았습니다. 전두환의 유배지로 유명한 백담사는 만해가 1920

년대 초에 머무르며 시집 '님의 침묵'을 탈고한 곳입니다. 만해가 수도하던 화엄실은 잘

보전되어 있고, 만해당, 만해 한용운기념관도 준공되어 있습니다.

 

 

만해마을은 동국대학교가 만해의 불교사상과 문학혼을 기리고자 백담사 아래편 용대리에 조성하였습

니다. 사진은 만해마을 만해문학박물관 입구에 있는 예술성 있는 조형물입니다. 앞에는 만해 한용운상

이 세워져 있습니다. 글씨는 서울대 국문과 교수로 계셨던 김용직선생님이 썼다 합니다.

 

 

만해문학박물관 내부 모습입니다. 님의 작품, 책자, 관련 논문, 유류품 등이 잘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조선불교유신론'이라는 님의 책자가 보이네요.

님은 당시 불교의 개혁을 설파하고 직접 행동으로 보여준 진보적인 불교사상가요, 승려였습니다.

 

 

 

                         알 수 없어요                    한용운

 

           바람도 업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떠러지는 오동닙은

        누구의 발자최임닛가


           지리한 장마끗헤 서풍에 몰녀가는 무서은 검은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골임닛가


           꼿도 업는 깁흔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처서 옛 탑위의 고요한 하늘을

        슬치는 알 수 없는 향긔는 누구의 입김임닛가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니고 가늘게 흐르는 적은

        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임닛가


           련꼿 가튼 발꿈치로 갓이 업는 바다를 밟고 옥가튼 손으로 끗업는 하늘

        만지면서 떠러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임닛가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됨니다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임닛가                                           (1926)

 

 

 

              평화의 시벽(平和의 詩壁)입니다. 경절문 우측에 있으며,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2005년 세계평화 시인대회에 참가한  29개국 55명의 외국시인과

              255명의 한국시인의 작품 등 310편의 시를 동판에 담아 전시하고 있습니다.

 

 

              만해마을 방문 인증 샷!!! 만해선사님 흉상 옆에서 감히 선사님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였습니다. 저의 자세가 낮아서 선사님도 귀엽게 봐주시겠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