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답게 <뱀장어 스튜>나 <화장> 두편 모두가 우리시대의 일류 글쟁이들에 의해 잘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뱀장어 스튜>는, 결혼하여 남편과 함께 프랑스 파리 근교에 살고 있는 한 여인이 수년마다 한국을 방문하여 첫사랑의 남자를 만나 외도를 즐긴다는 평범한(?) 이야기가 줄거리입니다.
작가 권지예는 그녀만의 독특한 소설적 기법과 구성, 그리고 상징과 은유등을 적절히 구사 함으로써, 자칫하면 외설적인 삼류통속소설로 빠지기 쉬운 불륜이라는 소재의 한계를 극복 하고 문학적인 완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마광수도 이점 때문에 곤욕을 치루기도 했지만 외설과 예술(문학)이 종이 한장 차이군요.
작가는 피카소의 뱀장어 스튜그림, 바퀴벌레의 생태학, 입양된 한국아이, 동물원우리를 탈출한 암컷원숭이, 남편이 끓여주는 삼계탕 등을 동원하여 주인공의 심리상태, 섹스와 삶의 동질성 등 인간존재의 의미와 본질을 예리하게 파헤치며 주인공의 행태에 대하여 우리에게 동의를 구하고 있습니다.
파리와 서울, 뱀장어 스튜와 삼계탕, 남편과 애인, 현실과 상상, 과거와 현재를 자유자재 로 넘나들며 때로는 사실적인 문체로 때로는 은유적인 수사법으로 소설을 엮어나가는 작가 의 솜씨가 일품입니다. 평범한 소재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외설에 가까 운 성적 묘사들이 그리 추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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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도 우리시대의 글쟁이 김훈의 작품답게 그 구성이나 문체가 탁월합니다. 주인공 오상무는 평범한 중년남자로 화장품회사의 임원인데, 암에 걸린 아내의 참혹한 임종을 지켜보며 주위를 정리하지만(가볍게 하기), 결국 회사의 여름 판촉광고 문구(여름에 여자는 가벼워진다)를 결정하는 등 일상적인 현실로 돌아간다는 내용입니다.
아내도 떠나고(화장), 딸도 결혼하고, 기르던 개도 안락사 시키고, 남몰래 짝사랑하던 회사의 젊은 여직원 추은주도 떠나고(주인공은 용기가 없어 한번도 고백을 못하였음)... 그렇지만 오상무는 일상으로 돌아가 살아야만 합니다. 그게 우리들의 삶이고 운명이고
실존이지요. 오상무는 꽉막힌 방광의 오줌을 빼듯이 자기와 주위를 가볍게 함으로써
탈출구를 찾습니다.
작가는, 중년남성의 애매하고 초조하고 불안한 심리상태와 살아야만 하는 존재의 의미를 천착하며, 간결하고 건조하고 냉혹한(어떤 때는 미려한) 문체로 그것을 소설에 사실적 으로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마치 내가 현실에 내던져진 주인공 오상무가 된 듯한 기분이 드네요. 이것이 바로 동병상련지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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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식이나 존재의 의미를 나타내는 스펙트럼이 있다면 빨강에서 보라까지 연속적 으로 펼쳐져있겠지요. 그 스펙트럼속에서 우리 개개인의 삶의 방식이 제각각 한 라인을 차지하듯이, <뱀장어 스튜>에서 <화장>까지의 구간도 그 스펙트럼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을 것입니다.
<뱀장어 스튜>의 여자가 사는 방식과 <화장>의 오상무가 사는 방식이 상당히 다르지요. 스펙트럼 색깔의 차이입니다. 여자가 개방적, 적극적, 페미니즘적, 능동적, 외유내강적 이라면, 오상무는 초월적, 달관적, 소극적, 수동적, 현실타협적입니다. 그것은 권지예와 김훈사이의 성별이나 나이차이 때문일까요 ? 인생관이나 가치관의 차이일까요 ? ㅎ 너무 어려우니... 각설하고...
궂이 말하자면 두 작품 모두 삶의 방식과 인간존재의 본질 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우리 또래의 보통사람들은 권지예의 방식보다는 김훈의 방식에 더 익숙하고, 또 그 방식이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요즈음 권지예의 방식도 설득력을 얻어가듯이 세상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이가 환갑이 넘었을 때, 애인사귀기가 대유행이 되는 <뱀장어 스튜>의 시절이 올지도 모릅니다. 대비하세요 ㅎ
친구님들 !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