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클럽의 9월 추천 장편소설, 김훈의 <남한산성>을 이번에 또 읽었습니다. 역시 단문 위주로
<칼의 노래>의 이순신, <현의 노래>의 우륵, <남한산성>의 김상헌, 최명길, 인조, 김류, 이시백, 서날쇠, <화장>의 오상무 등 그의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그와 같은 또래의 중년남자들 인데, 우리 같은 중년남성이 그의 소설을 읽으면 동병상련지감을 느끼게 되며, 여성들이 읽는 다면 남편 또는 중년남자들의 고뇌와 번민 그리고 그들의 심리상태를 소상하게 알고 느끼게
이 소설의 줄거리는, 조선 중기 병자호란 때, 인조가 남한산성에 47일간 피난하면서 극한 상황 군병과 사대부와 민초들의 갈등, 왕과 신하들과의 갈등구조 등이 맞물려 소설적 흥미를 배가 하고 있습니다.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신은 가벼운 죽음으로 무거운 삶을 지탱하려 하옵 으로써 삶을 지탱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최명길). 작가는 이 소설에서 한계상황에 봉착한 인간 군상들의 갈등과 대립을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만, 나로서는 감동이 약간 떨어지는 것은 웬일입니까 ?
예전에 나는 이순신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 그의 동인문학상 수상작 <칼의 노래>를 읽고 가슴 찡한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작가가 인간 이순신의 개인적인 내면의 모습과 인간적인 고뇌를 주조로 역사소설을 펼쳤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같은 역사소설인 이 소설에는 툭 불거지는 주인공이 없으며, 병자호란과 남한산성 농성 및 삼전도 굴욕이라는 역사 적인 사건을 놓고 벌어지는 인간군상들의 대립과 갈등을 제3자의 입장으로 담담하게 바라보며 간결하고 냉정하게 묘사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것은 마치 시인의 태도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어쨌거나 나로서는 <칼의 노래>보다는 <남한산성>의 감동이 덜하였는데, 그 까닭은, 예나 지금 하고, 언 땅에서 싹을 내미는 민초들의 고통과 삶을 강조하면서, 가공의 인물일지라도(소설은 허구임) 대장장이 서날쇠, 송파나루 뱃사공, 그의 어린 딸 나루 등을 더 부각시켜 문학적으로 승화시켰다면 훨씬 더 큰 감동을 가져왔을 것이다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 작품 속에서는, 정치가나 권력자들의 시선을 빌린 작가의 시선이 민초들을 향해 너무 낮게 깔리는 것 같군요. 물론 작가는 '그 시대에는 다 그랬다'라고 말하겠지만, 우리 시대의 또다른 가진자와 권력자는 다 빠지고 불쌍한 민초들만 희생되며 그들의 놀음에 놀아나게 되는 것이지요.
각설하고... 작가는 이 소설에서, 거창한 주제나 인간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심오한 내용을 다루지는 않았지만, 쉽고 재미있는 멋진 소설을 쓴 것은 확실하며, 그래서 독자들은 그의 소설과 문장에 매료되는가 봅니다. 참고로 그가 어떤 인터뷰에서 한 말 한마디를 옮겨볼까요. '나는 문학이 인간을 구원하고,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하는, 이런 개소리를 하는 놈은 다 자세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끝으로, 문체를 꾸며서 부화한 문장, 뜻이 수줍어 은비한 문장, 말을 돌려서 우원한 문장, 말을 구부려 잔망스러운 문장, 말을 늘려서 게으른 문장을 심하게 꾸짖는 청의 칸이, 조선왕에게 구기지 말라. 말을 펴서 내질러라.' 이 말은 바로 김훈 자신의 문장 작성 철칙일 것입니다. 내가 아름다운 문장을 읽게 되기를 바랍니다.
친구님들 !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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