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나의 하나님 / 김춘수

와우산 2012. 9. 26. 15:32

   나의 하나님          김춘수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悲哀다.

푸줏간에 걸린 살점이다.

詩人 릴케가 만난

슬라브 여자의 마음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여리디 여린

純潔이다.

三月에

젊은 느릅나무 잎새에서 이는

연둣빛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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