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내 마음은 / 김동명

와우산 2012. 9. 26. 15:44

    내 마음은        김동명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1937)


'애송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모곡 / 감태준  (0) 2012.09.26
사랑이여 / 마광수  (0) 2012.09.26
나의 하나님 / 김춘수  (0) 2012.09.26
북치는 소년 / 김종삼  (0) 2012.09.26
민간인 / 김종삼  (0) 2012.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