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망아지 토끼 백석
오리치를 놓으려 아배는 논으로 내려간 지 오래다
오리는 동비탈에 그림자를 떨어트리며 날어가고 나는 동말랭이에서 강아지처럼 아배를 부르며 울다가
시악이 나서는 등뒤 개울물에 아배의 신짝과 버선목과 대님오리를 모두 던져버린다
장날 아침에 앞 행길로 엄지 따라 지나가는 망아지를 내라고 나는 조르면
아배는 행길을 향해서 커다란 소리로
- 매지야 오나라
- 매지야 오나라
새하러 가는 아배의 지게에 지워 나는 山으로 가며 토끼를 잡으리라고 생각한다.
맞구멍난 토끼굴을 아배와 내가 막어서면 언제나 토끼새끼는 내 다리 아래로 달어났다.
나는 서글퍼서 서글퍼서 울상을 한다
'애송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루 / 백석 (0) | 2012.10.04 |
---|---|
산(山)비 / 백석 (0) | 2012.10.04 |
주막(酒幕) / 백석 (0) | 2012.10.04 |
나룻배와 행인(行人) / 한용운 (0) | 2012.10.04 |
복종 / 한용운 (0) | 2012.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