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거울 / 이상

와우산 2012. 10. 6. 09:09

          거 울           이상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
저렇게까지 조용한 세상은 참 없을 것이오


거울 속에도 내게 귀가 있소
내 말을 못 알아듣는 딱한 귀가 두 개나 있소


거울 속의 나는 왼손잡이오
내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 - 악수를 모르는 왼손잡이오


거울 때문에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만져 보지를 못하는구료마는
거울 아니었던들 내가 어찌 거울 속의 나를 만나보기만이라도 했겠소


나는 지금 거울을 안 가졌소마는 거울 속에는 늘 거울 속의 내가 있소
잘은 모르지만 외로된 사업에 골몰할게요


거울 속의 나는 참 나와는 反對요마는
또 꽤 닮았소


나는 거울 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할 수 없으니 퍽 섭섭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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