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건망증은 오래전 육십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버님이 2013년초에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해운대의 살던 집에서 지내셨는데... 언제부터인가... 어머니가 84세 되던 2015년경부터, 나는 어머니의 이상행동을 인지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운전하는 승용차 조수석에 앉아서 내가 듣던지 말던지, 나의 반응은 염두에 두지 않고 혼자말을 하고, 늘 다니던 길을 가다가도 거기가 어딘지 잘 모르곤 하셨다.
사실 그때 치매를 의심하고 진단을 받아 병원에 다니며 조기치료에 들어갔으면 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완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고, 당신은 물론 온 가족이 고생도 덜 하였을텐데... 후회스럽다. 다른 병은 검사를 받는다, 예방주사를 맞는다 하고 엄청 신경을 쓰는데... 심지어 독감예방주사도 매년 맞는데... 왜 그 무서운 치매는 무방비 상태로 맞았을까? 인정하기 싫었던거지. 두려웠던거지. 피할 수 없는 상황을 피해보려는 요행심리가 너무 컸던 탓일거야. 아니면 '내 어머니가 설마...'하는 안이한 생각이 일을 키웠을 수도 있었겠다.
그러다가 어머니는 2016년 들어서 헛것을 보기 시작하였다. 집 안방에서 돌아가신 아버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나의 바로 아래 동생, 돌아가신 서천의 외할머니 등 주로 죽은 가족들의 허상을 보셨다. 안방에 걸린 액자의 사진 속 인물을 실제 살아있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행동하셨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건망증이 심한 사람이, 기억력은 웬만큼 유지하는데 생생한 환시를 자주 보게 되면, 루이소체치매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생생한 환시가 루이소체치매의 특징적인 증상이라 하던데, 그때는 내가 아무 것도 몰랐다. 그 당시 나는 촉이 너무 무뎠고 냉정하지 못하였으며, 어머니 문제에는 늘 감성적이며 비합리적으로 대처하였다.
2017년 올해 여름부터는 환각(환시, 환청), 망상 등 신경행동증상의 문제가 심각해져서, 밖으로 나다니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그제야 어머니는 치매진단을 받게 되었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치매관리에 들어갔으나, 이미 때는 많이 늦었고, 조기치료 타이밍을 놓쳐버린 뒤였다. 그후 광혜병원 신경정신과의사 김해종선생님을 만나 그때그때 어머니의 상태에 따라 변경된 처방약을 복용하게 되었고, 그 결과 정신은 비교적 맑아졌으나 대신 기력이 많이 떨어지고, 심한 운동장애, 느린 동작, 비만, 변비 등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났고, 부쩍 늙어버리셨다. 현재 의사선생님과 우리 형제는 항정신병약과 씨름중이다.
어떤 경험 있는 친구로부터 들었는데,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70대)의 지병이 없는 보통사람이 치매에 걸려도, 일반적으로 치매 인지부터 요양원까지 3년, 요양원생활 6~7년, 누워서 3년 후 돌아가신다는데... 나의 어머니는 구순을 바라보는 고령의 나이에 당뇨, 고혈압, 심장병 등 지병도 가지고 있는데... 모든 게 힘겨운 상황이다. 어제는 내가 직접 어머니의 머리를 염색해드리고, 오늘은 요양사님이 어머니를 목욕시켜드렸다. 어머니를 위한 일이라면 마지막 그날까지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리라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내일 아침에 상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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