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어머니에게 세배를 올리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며, 덕담을 주고 받고...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식사후에 동생가족은 동생 처가댁으로 가고, 나의 아내와 딸은 서울집으로 올라가고, 또다시 나와 어머니만 덩그러니 남았다.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어머니에게 나타나는 특이한 증상은 없다. 자식들, 며느리들, 손자 손녀들이 모두 모여 와글와글하니, 어머니에게 큰 정신적인 치유의 효과가 있었나보다. 노인을 외롭게 만드는 격리된 환경이 노인의 정신건강에 얼마나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간관계의 단절은 보통사람의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데, 하물며 치매를 앓는 노인에게는 말 할 것도 없겠지.
밤에 볼 일이 있어 밖에 잠깐 나갔다 집에 돌아와보니, 어머니가 벽을 향해 삿대질하며 누구와 싸우듯이 고함치다가 이내 조용해지셨다. 상대방이 바로 두손을 들었나보다. 엊그제 큰아들이 집에 왔고, 오늘은 온 가족이 집에 모여, 어머니의 기분이 살아난 바 있는데... 어머니는 그 기분으로 응원군을 얻은 듯하여, 환청과 망상으로 만들어진 머리속의 적들에게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을 수도 있었으리라. 가족이나 친척이 환자의 곁에 오래 머물러주면 환자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확실한 것 같다. '치매환자가 요양병원에 들어가면 환자에게 좋은 점도 많지만, 치매 자체는 급속히 악화된다.'는 말을 어떤 요양병원 의사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바 있는데, 그 또한 환자가 처한 고립상태와 외로움을 경계하며, 환자의 지속적인 소통과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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