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올해는 어머니가 혼자되신 지 햇수로 8년째, 내가 어머니의 치매와 관련된 이상행동을 인지한 지 6년째, 어머니가 치매진단을 받은 지 4년째, 요양병원에 입원한 지 6개월째 되는 해이다. 어머니의 치매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악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치매는 현재의 의학으로는 어느 누구도 그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없는 비가역적 퇴행성 불치병이다. 이제 어머니는 자력으로 침상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힘든 투병을 하고 있다. 어머니는 주위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나와 동생은 최선을 다해 어머니를 보살필 것이다.
역발상으로 뒤집어 생각해보면, 치매환자가 인지기능이 완전히 상실되어 기억력, 시공간 분별력, 판단력을 다 잃어버리고 가족까지 못 알아본다면, 사실 힘들고 가슴 아픈 건 환자가 아니고 주위의 가족들일 것이다. 정작 환자 본인은, 육체적인 고통만 없다면, 그냥 아무 생각 없는 무념무상의 편안한 상태일 것이다. 환자가 아무것도 모르니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다행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그것이 자신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인간의 존엄성' 같은 고상한 말은 잊어버리자. 어머니의 운명을 의연히 받아들이고 현실적으로 생각하자. 어머니는 지금 편안할 것이니, 나도 힘을 내자.
어머니가 지내시는데 다른 문제는 없었는지 수간호사님에게 물어보니 어머니의 혈액검사 결과 당화혈색소 수치가 8이 나왔다고 한다. 고혈당이 심각한 수준이다. 백병원에서 처방받아 가지고 왔던 인슐린주사약 <트레시바>를 다 쓰고, 최근에 성심병원에서 취급하는 인슐린주사약으로 바꿨다 하는데, 그 영향이 아닌지 체크해보겠단다. 부산에 내려와 3일간 어머니와 함께 지내다 오늘 저녁식사 수발들고, 밤늦게 KTX편으로 상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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