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06. 21, 목)
보름만에 해운대에 다시 내려왔다. 어머니의 환청과 망상은 계속되나, 당신의 생활에 큰 지장은 주지 않으므로 곁에서 관찰만 하고있다. '요즘 매실농사가 흉년이라 좋은 매실이 귀하다.'고 하셔서, '누가 그러더냐?'고 물어보니, '방송에서 들었다.'고 하시네. 물탱크의 물을 쓰는 화장실과 다용도실에 물이 안나와서 옥상에 올라가 물탱크의 잠겨져 있는 배수밸브를 열어놓고 오니, '지금 바깥에서 수도공사중이라서 물이 안나온다.'고 하신다. 그럴듯하다. 이런 류의 가벼운 망상이야 오히려 애교스럽고, 어머니도 나도 충분히 견딜만하다.
(2018. 06. 22, 금)
어머니와 하루종일 큰 문제 없는 평온한 일상을 보냈다. 오후에 옥상 텃밭에 심어놓은 감자를 캤는데, 씨알이 그저 그렇고, 수확량도 형편없네. 아버님이 살아계실 때부터 심심풀이로 옥상에서 텃밭농사를 지었으니, 통에 담겨져 있는 흙의 지력도 떨어질대로 떨어졌고, 나의 농사기술도 완전초보수준인데다가 어머니 문제로 신경을 못썼더니, 감자는 결과로 말해주네. 감자도 돌보지 않으면 저렇게 되는구나. 어머니는 '방송소리 때문에 시끄러워 못살겠네'라는 환청에 대한 반응으로 두세번 말씀하신 것 외에는, 식사도 잘 하시고, 잘 지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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