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기

사실대로 대답할 수 없는, 가슴만 아픈 질문이다

와우산 2019. 10. 28. 23:45

(2019. 10. 26, 토)

새벽에 KTX 편으로 내려왔다. 20여 일 만에 어머니를 찾아뵙는데, 몸은 많이 여위었으나, 몸상태는 좋아 보인다. 체중이 많이 준 저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어머니의 연세나 병력으로 미루어 보건대, 예전의 상태가 비만이었고 비정상이었을 것이다. 침대에 누워 계신 어머니에게 가까이 다가가, 다정하게 인사하고 말을 붙여보아도, 나를 잘 못 알아보는 것 같고,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아, 나는 충격을 받았다. 오늘따라 엉뚱한 소리를 많이 하신다. 그사이 치매가 많이 진행된 것 같다. 슬프다.

 

(2019. 10. 27, 일)

어제와 오늘에 걸쳐, 어머니에게 계속 말을 붙이며 내가 누구고, 내 이름이 뭐냐고 아무리 물어보아도 선뜻 대답을 못 하신다. 기억의 상실은 가슴 아픈 일인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머니가 예상외로 식사(죽)를 잘한다는 점이다. 내가 떠먹여 드리니 잘 받아 잡수신다. 식사현황기록표를 보니 근래에 죽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다 드신 걸로 기록되어 있네. 식사를 제대로 못하시는 게 큰 걱정거리였는데, 식사 문제가 해결된 것 같아 정말 고맙다. 또 하나 다행스러운 점은, 이건 전적으로 나만의 생각이지만... 어머니가 저렇게 누워만 계셔도, 아직까지 당신이 아무런 통증이나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제와 오늘에 걸쳐 어머니가 아들에게 물어보는 질문이다.

'왜 이리 늦게 이제야 오느냐?'

'집에 아기들은 잘 놀고 있느냐?'

'추운데 아기들은 밤에 뭘 덮고 자느냐?'

'언제 내 병이 다 나아서 집에 가느냐?'

'죽고 싶다.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나?'

'요양사는 나쁘다. 저 사람들이 나에게는 잘 안 오고, 잘 돌봐주지 않는다.'라는 등...

사실대로 대답할 수 없는, 가슴만 아픈 질문이다.

 

(2019. 10. 28, 월)

어머니에게 작별인사를 드리니,

'너는 서울에 왜 가느냐?'

'내일은 일찍 오너라.'

'나는 언제 집에 가느냐?'

자꾸 이런 질문을 하시는데, 내 가슴이 미어진다.

아우님! 지금까지 잘해오고 있지만, 수요일과 주말에 가능하면 빼먹지 말고, 어머니를 꼭 찾아보시게. 난 지금 부산역으로 출발한다. 11월 중순에 다시 내려올게. 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