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20. 07. 07)
코로나19 방역으로 사람, 물자, 자본, 기술의 이동이 제한, 금지되면서 세계화에 타격이 예상된다. '평평한 세계'를 이끈 세계화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2010년대 들어 이미 속력을 잃었다. 지구를 긴밀히 연결하고 공평한 경쟁무대를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약자에게 공평하지 않았다. 양극화는 대중의 반세계화 움직임을 불러 브렉시트(Brexit), 트럼프 대통령 당선, 보호주의, 반이민 정서를 가져왔다.
민족주의, 국가주의, 배외주의, 인기영합주의의 흐름도 세계화의 장애가 됐다. 동시에 적시 생산방식(just in time)의 위험 증가, 신흥국의 임금 상승, 무인화 자동화 생산 방식 진보 등도 세계화에 제동을 걸었다. 코로나19는 이런 추세를 가속할 것이다.
첫째, 세계화의 핵심인 세계 공급망이 변한다. 다양한 생산단계를 효율적으로 구분해 구축된 세계 공급망은 코로나19로 생산 중단이 일어나며 세계 제조업에 타격을 입혔다. 효율보다 안정을 중시하게 되면서 자국에 가까운 생산지로의 이전과 여유 재고 증대, 대체 공급선 확보와 함께 지역 공급망 구축과 본국 회귀를 추구할 것이다. 다만 원격 작업이 가능한 서비스산업의 세계 공급망은 유지될 것이다. 의약품, 의료장비, 반도체, 희귀 광물 등 전략물자는 자국 생산, 비축과 수출 제한을 꾀할 것이다.
둘째, 코로나19로 미중 전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국 경제의 탈동조화가 진전되고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같이 블록화로 발전해 세계화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 가정이 싼 중국산 물품 수입으로 매년 약 1만 달러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미중 탈동조화에는 제약이 있다.
세째, 방역 조치로 국경 통제가 늘어나고 항공산업이 침체에 빠지며 항공료가 올라 사람의 이동을 제약할 것이다. 높아진 외국인 경계심과 일자리 문제로 이민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벽도 높아진다.
네째, 안전 자산이 선호되면서 신흥국과 개도국으로부터 자본 이탈이 일어나 이들 국가의 외채 부담이 가중된다. 코로나 회복이 늦어지면 남북 격차를 심화시켜 세계화에 지장을 줄 것이다.
다섯째, 세계화를 뒷받침하는 다자협력주의와 국제기구가 제대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도 부정적이다. 미국의 일방주의로 인한 국제기구의 공백을 중국이 차지하려 하지만, 최근 WHO 사례에서 보듯 자국 중심적 태도로 대안과는 거리가 멀다. 지속하는 글로벌 거버넌스 위기는 세계화에 어려움을 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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