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이야기

경사각 63 도

와우산 2004. 8. 19. 23:35

15호 태풍 메기가 남부지방을 강타, 곳곳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저지대침수,
산사태등으로 인적, 물적피해가 제법 발생하였네. 특히 광주지역에는 어제
300mm이상의 폭우로 송정리쪽 우리회사 지하철건설현장에도 피해가 났다.

예년의 예로 보면 추석때까지 대형태풍 서너개가 한반도를 강타할 수도 있을
것이니 모두가 자연앞에 겸손한 심정으로 대비를 철저히 하여야 할 것이고,
특히 농사짓는 친구나 건설공사에 종사하는 친구들은 각별히 긴장하여야 할
시즌이다.

현재 우리회사에서 수행중인 현장중에서 도로공사작업장이 몇 곳 있는데,
건교부 도로건설지침에 보면, 도로주위 경사면이 암반으로 되어있을 경우
절개지 경사각을 63도만 충족되도록 시공하면 이상 없도록 되어있는 바,

이것은 암반의 거동특성을 무시한 토쟁이(토목기술자)들의 안이한 생각
이라, 나 같은 돌쟁이(지질기술자)들이 해당기관에 수차례 그의 개선을
건의하였지만 아직까지 반영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네.

암반이 괴상(massive)으로 되어있을 경우에는 63도가 아니라 73도면 어떠
하리오마는 암반내에 절리, 크랙, 단층면등의 불연속면이 발달되어 있고,
그 면을 따라 미끄럼판 역할을 하는 점토층등이 판상으로 끼어있을 경우,
소규모의 외부충격에 의하여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크다 하겠다.

특히 강원도 태백, 정선, 영월, 동해등지의 퇴적암이 넓게 분포하고 있는
곳은 그 암석의 층리가 도로쪽으로 기울어져 있을 경우, 설령 경사각이 63
도 미만으로 시공되어있다 할지라도 작은 진동 또는 폭우에 의한 유로형성
에 의해 절개지암석들이 도로쪽으로 줄줄 흘러내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는 일찌기 이런 점에 착안하여 도로법면(비탈면)설계에 있어서 암반의
지질공학적특성을 고려한 신축적인 경사각선택을 관계요로에 건의하였지만
아직까지 반영되지 않고있어, 사고가 날때마다,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들만
원망스럽고 소귀에 경읽기란 옛말만 생각나는구나.

수년전 부산의 황령산터널입구 붕괴(사태)사고도 똑같은 연유인지라 (거기
서도 단층선및 연약대가 암반내에 발달되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법면경사
각 63도만 고집하였음) 이 모든 사고를 천재로만 돌릴 수 없음이 분명하다.

친구들아 ! 심산유곡 유람할때는 "하늘이 무너지지않나 ?" 항상 좌우측면을
경계하고, 특히 여름철 우기나 이른 봄 해빙기에는 아무리 훌륭한 사냥감이
거기에 있더라도 일단 그런데는 접근하지 말기 바란다. 우리 몸은 우리가
스스로 지켜야지.

모르면 용감하다고... 언제쯤 경사각 63도의 고정관념이 깨어지려나 ?
일단 이번 태풍은 이정도로 하고 동해로 빠져나갈 것 같은데, 그래도
동해안및 강원산간지방등에는 집중호우가 예상된다하니 방심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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