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이야기

무서운 4월을 보내며...

와우산 2007. 4. 30. 14:36

아침 출근길에 무심코 고개를 돌려보니 주위의 연초록 봄색깔이 눈에 확 들어온다.
어어 ~ 벌써 이렇게 되었나? 사실 매일 아침 보던 계절의 모습이었겠지만, 유독
오늘은 그 신록이 진하게 감동으로 내속에 퍼진다. 일종의 안도감이라 할까.

 

T.S엘리옷은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지만, 54년 나의 생의
아픈 기억들은 대부분 4월에 유령처럼 자리하고 있다. 어린 시절 중학교 봄소풍날
동백섬에서의 아팠던 기억, 대학시절 낙향하여 병마와 싸웠던 일들이 4월에 있었네.
자동차 문을 잠그고 돌아서서 다시 확인하는 건망증이 보통이 아닌데 그런 옛기억은
당최 잊혀지질 않는다.

 

39살의 건강한 동생이 4월에 너무나 갑작스럽게 이 세상을 버렸고, 부모님의 입원
수술등등... 조마조마한 일들은 왜 4월에만 몰려있었던지... 나의 직장생활에서의
신분상 위기와 우여곡절들은 모두 4월에 집중되어 일어났었다.

 

우연이라고 넘겨버리기엔 모든 일이 너무 가혹해, 오십줄에 접어들면서 난 새봄이
오고 4월이 되면 웬지 불안해지고 움츠러드는 4월병을 얻게 되었다. 남들은 꽃 핀
다고 좋아할 때 난 4월이 싫어지는거 있지. 그 병은 아무도 모르고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오직 나 혼자만 앓던 아픔이었고 무서움이었다.

 

오늘 4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며 나는 약간 안도한다. 올 4월은 그래도 큰 걱정이나
아픔없이 무난하게 지나가는 것 같다. 수원현장으로 자주 들락거리며 바쁜 척 하고,
해외출장도 두어번 다녀오고... 친구모임에도 열심히 참석하고, 시간되는대로 산에도
따라다니다 보니 4월이 휙 지나가 버렸네.

 

아직도 조마조마한 마음이야 떼낼 수가 없지만, 그저 건강하게 탈없이... 할 수 있는
만큼 직장생활 하고, 가족과 단란하게 지내며, 부모형제 건강하고, 많은 친구들과
가깝게 재미있게 그렇게 지낼 수 있으면 하는게 소박한 나의 꿈이고 소망이다. 여기
친구들도 건강하고 언제나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네.

 

근데 아직 내 병이 완치되지는 않았나봐. 벌써부터 내년 4월이 슬슬 걱정된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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