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새 / 박남수

와우산 2011. 10. 22. 21:01

        새               박남수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새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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