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촛불 / 황금찬

와우산 2011. 10. 22. 21:28

  촛 불      황금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미리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

 

촛불을 켜면
그 촛불 한 자리만한
크기의 어두움은
조용히 물러가고
그 어두움이 물러간 자리엔
광명이 찬다.
그 음성이 내 마음에 오면
내 마음의 어두움을
밝혀주는 것은 촛불이 아니다.
그것은 조용한 음성이다.
어두움이 물러간 자리에
광명이 오듯
그렇게 마음이 밝아지는 것이다.

어두운 세상에
내 마음 밝혀주는 것은
오직 그의 음성뿐이다.

그의 음성으로
내 마음에 촛불을 켜고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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