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탄 정공채
1.
어쩌다 우리 인생들처럼 바닷가에 쌓여 있다
부두는 검은 무덤을 묘지처럼 이루우고
그 위로 바람은 흘러가고, 검은 바람이 흘러가고
아래론 바닷물이 악우惡友처럼 속삭이고
검은 물결이 나직이 속삭이고
어쩌다 우리 인생들처럼
바닷가에 쌓여 있다.
2.
억만 년의 생성의 바람 소리와
천만 년의 변성의 파도 소리와
하늘을 덮고 땅을 가린 원시림의 아우성과
화산과 그때마다 구름같이 우우, 달리던 둔鈍한
동물들이
캄캄한 지층으로 지층으로 흘러온 뒤로
용암과 산맥의 먼 먼 밑바닥에서
귀머거리 되고, 눈머거리 되어 검은 침묵 속에
죽었노라.
검은 침묵 속에 생성하는 꽃이었노라.
3.
출발을 앞둔 부둣가나
마지막 여낭旅囊을 둔 종착역에서
우리가 조용히 돌아갈 곳은
사람이며, 당신도 딸기밭
당신이 나를 태우던 불타는 도가니에
내가 당신을 태우니까,
우리가 돌아갈 고향은
온통 딸기밭으로 빨갛게 빨갛게 불타오르는
강렬하게 딸기가 완전히 익는
끓는 밭
연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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