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장석남
1
찌르라기떼가 왔다
쌀 씻어 안치는 소리처럼 우는
검은 새떼들
찌르라기떼가 몰고 온 봄 하늘은
햇빛 속인데도 저물었다
저문 하늘을 업고 제 울음 속을 떠도는
찌르라기 속에
환한 봉분이 하나 보인다.
2
누군가 찌르라기 울음 속에 누워 있단 말인가
봄 햇빛이 너무 뻑뻑해
오래 생각할 수 없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나는 저 새떼들이 나를 메고 어디론가 가리라,
저 햇빛 속인데도 캄캄한 세월 넘어 자기 울음 가파른
어느 기슭엔가로 데리고 가리라는 것을 안다
찌르라기떼 가고 마음엔 늘
누군가 쌀을 안친다
아무도 없는데
아궁이 앞이 환하다.
'애송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금빛 모서리 / 김중식 (0) | 2011.10.27 |
---|---|
저녁 햇빛에 마음을 내어 말리다 / 장석남 (1) | 2011.10.27 |
역병이 돌고 있다 / 송찬호 (0) | 2011.10.27 |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 송찬호 (0) | 2011.10.27 |
부재중 / 김경주 (0) | 2011.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