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저녁 햇빛에 마음을 내어 말리다 / 장석남

와우산 2011. 10. 27. 22:46

   저녁 햇빛에 마음을 내어 말리다                장석남

                            - 섬진강에서

 

어미소가 송아지 등을 핥아준다

막 이삭 피는 보리밭을 핥는 바람

아, 저 혓자국!

나는 그곳의 낮아지는 저녁해에

마음을 내어 말린다


저만치 바람에

들菊 그늘이 시큰대고

무릎이 시큰대고

적산가옥

청춘의 주소 위를 할퀴며

흙탕물의 구름이 지나간다


아, 마음을 핥는 문밖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