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간격 / 안도현

와우산 2011. 10. 29. 12:05

      간  격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

'애송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는 길 / 김소월  (0) 2011.10.29
왕십리(往十里) / 김소월  (0) 2011.10.29
여치 소리를 듣는다는 것 / 안도현  (0) 2011.10.29
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0) 2011.10.29
강 / 안도현  (0) 2011.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