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 김소월

와우산 2011. 10. 29. 18:26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김소월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萬壽山)을 나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苦樂)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怜悧)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스랴.
제석산(帝釋山)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 님의
무덤에 풀이라도 태웠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