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봄 / 김소월

와우산 2012. 9. 24. 14:20

       봄               김소월

 

이 나라 나라는 부서졌는데

이 산천 여태 산천은 남아 있더냐

봄은 왔다 하건만

풀과 나무 뿐이어

 

오, 서럽다 이를 두고 봄이냐

치워라 꽃잎에도 눈물뿐 흩으며

새 무리는 지저귀며 울지만

쉬어라 이 두근거리는 가슴아

 

못 보느냐 벍핫게 솟구는 봉숫불이

끝끝내 그 무엇을 태우랴 함이료

그리워라 내 집은

하늘 밖에 있나니

 

애닯다 긁어 쥐어뜯어서

다시금 짧아졌다고

다만 이 희끗희끗한 머리칼뿐

인제는 빗질할 것도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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