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회사일로 부산 출장이 잦아, 매월 두세차례씩 부산에 내려와 하루 일이 끝나면 어머니집에 머무르면서 어머니의 건강상태를 살펴보고 있는데, 남들은 느끼지 못하지만, 나는 요즘 어머니에게 나타나는 미세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석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백병원에 진료받으러 갈 때는 나 또는 동생이 동반하는데, 그때를 제외하고 잔병으로 동네병원 다니고 매일 약 먹는 일 포함하여 의식주 일상사는 어머니 스스로 다 해결하고는 있지만,,, 근래 들어 대체적으로 바깥 나들이가 점점 뜸해지는 것 같다. 경로당과 교회, 장보기 등 외부에 나가는 경우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어느날 어머니를 내차 옆자리에 태우고 드라이브를 하는데, 자주 가는 곳인데도, 거기가 어딘지 잘 모르는 것이었다. 그후 이상하여 어머니가 내차만 타게 되면 계속 관찰을 해왔는데, 요즘 방향감각과 공간인지능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단순한 노화증상인가? 또 어머니는 옆자리에 앉아서 계속 무슨 이야기를 중얼거리시는데,,, 운전중인 내가 듣건말건 내가 대답하건말건 나의 반응은 아랑곳 없이 혼자 떠드시는 버릇이 생겼다. 참으로 이상하다.
어머니는 예전 사오십대 젊을 때부터 기억력이 좋지 않았고, 깜박깜박 잊어버리는 습관 때문에 아버님에게 꾸지람도 많이 듣는걸 보았다. 나는 근래 어머니에게 나타나는 변화를 단순히 노화에 따른 기억력 감퇴로 보고싶고, 요즘 사회문제로 부상하는 치매와는 무관할 것이라고 애써 자위하지만, 불안감과 걱정은 떨칠 수가 없네.
저녁에 동생이 해운대 집에 들러 셋이서 자갈치시장에 나가 여러가지 생선과 건어물을 사고, 횟집에 들러 주인 아주머니가 추천하는 괴도라치회를 먹었다. 괴도라치는 처음 먹어보는 못생긴 자연산 생선인데 보기보다는 새하얀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맛이 제법 좋았다. 두 아들과 모처럼 함께 하는 외출과 외식에 어머니가 무척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주 못 모시는 내가 죄스러운 마음이다. '지금부터라도 자주 모시고 다녀야지...' 하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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