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부석사 - 상처받은 우리가 찾아가는 길

와우산 2008. 11. 27. 22:48

 

 

이 소설은 쓰라린 사랑의 상처를 간직한 두 젊은이(사실은 노처녀와 노총각)가 정월 초하루날

영주 부석사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여자는 P라는 애인으로부터 참담하게 배신 당한 적이 있고, 남자는 K라는 여자로부터 배신 당

하였고 직장동료 박PD로부터 업무관계로 배신을 당한 처지인데, 우연히 1월 1일날 여자는 P

로부터 남자는 박PD로부터, 사죄나 관계개선의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만나러 오겠다는 일방적

인 통보를 받습니다. 두 사람은 그 통보를 무시하고 부석사를 향하여 같이 자동차여행을 하게

되지만 결국 부석사는 찾지 못하고 추운 밤에 어떤 절벽 끝에서 꼼짝없이 묶이게 됩니다.

 

부석사 무량수전 옆에 있는 부석(浮石)은 신라 '의상대사'와 당나라 여인 '선묘'와의 못다 이룬

애절한 전설이 깃든 바위입니다. 부석에는 아래바위와 윗바위 사이에 미세한 틈이 있어 영원한

단절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마치 의상대사와 선묘와의 사랑처럼요. 소설에서 부석사를 찾아간

남여가 서로 사랑하게 되고 결혼약속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저그런 통속소설, 의상과 선묘 앞에

서 앞뒤 안맞는 코메디가 되어버리겠지요.ㅎ

 

당초 남남이었던 두 사람을 연결해주는 북한산, 채소서리, 개 등등 많은 소재가 등장하면서 결국

상처를 간직한 남녀는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부석사로의 여행을 결행하게 되지만 그마저도 여의

치 않은 결과로 소설은 끝납니다. 마치 부석의 작지만 커다란 틈새처럼... 작가는 상처받은 현대

인의 상실감과 허무, 인간관계의 단절과 배신감 등을 심도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신경숙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접하지만 소문대로 대단한 작가네요. 평범한 이야기를 절묘하게

조합하여 풀어나가고 주위의 일상적인 소재에서 기발한 상징을 적절히 끌어들여 단편소설다운

호흡은 빠르지만 깊이 있는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이광수, 김동인에서 김동리, 박경리로 이어

지는 한세대 전의 소설들에 비하면 현대적 기법과 감각, 이야기 솜씨가 탁월합니다. 한국소설

문학의 발전이요, 축복이라 말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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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고자 하면서 결국 모든 것을 다 잃게 되는 우리들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쓰라린

상처를 어루만지며 아파하면서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는 각자의 부석사를 찾아가는 고독한 여정

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장산이도 내일 낯선 곳으로 떠납니다. 얻고자 하며 떠나는 발걸음이지만

과연 거기서 내가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 어언간 직장생활 30년... 기대 반, 걱정 반... 만감이

교차합니다. 새로운 곳에서 자리 잘 잡게 되고, 혹시 운 좋아서 부석사로 같이 떠나 볼 어떤 사람,

한사람쯤 만났으면 좋겠네요.ㅎ

 

친구님들!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구요. 년말 알차게 마무리 잘 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고, 내내

건강하세요. 좋은 밤, 좋은 꿈 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