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최수철의 '맹점'을 읽고...

와우산 2009. 6. 20. 22:47

 

'개 같은'... 이 말은 우리도 거시기할 때 가끔 쓰는 말이지만 지금부터 여름 끝날 때

까지 혼줄나는 개가 과연 어떤 동물이기에, 우리는 개의 허락도 받지 않고 그렇게 쉽게

그의 이름을 도용하는가?


이 소설은 작가가 젊었을 때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그의 데뷔작이 된 작품인데,

이 소설에서 작가는 사건의 전개를 이야기식으로 풀어쓰는게 아니라 관념, 체험, 회상

등의 다소 추상적인 소재들을 구체적이고 탄탄한 문장으로 정확하고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어 그의 능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작가 최수철은 나로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접하는 작가인데, 보편적이고 전통적인 소설에 익숙해져 있는 나에게 참으로 신선한 느낌

으로 다가왔다.


소설에서 젊은 총각 주인공 병근이는 개성이 없는 평범한 직장인인데, 친구들에게 개성이

강한 사나이로 비춰지며 튀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그 방편으로 '개 같은'이라는 말을 습관

적 또는 의도적으로 내뱉음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하는 듯 하지만, 결국 친구들로부터 '개

같다'라는 말은 '병근이 같다'라는 말로 대체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는데, 그 장면

에서 우리는 배꼽 잡고 웃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 시절 주인공은 세 여자들에게 이성적인 목적으로 도전하는데, 세번 다 하나 같이 실패

하고 배신감과 절망감으로 '개 같은' 상황에 부딪히곤 한다. 나중에야 심장병에 걸린 걸

알게 되는 첫번째 여자와의 연애는 코메디로 마감되고, 주인공의 친구와 결혼해 버리는

두번째 여자와의 예기치 않은 결말, 뚱뚱한 여자와의 세번째 연애이야기에서의 황당한

결말... 이 모든 것은 모두 '개 같은' 결말이었다.


작가는 시치미 뚝 떼고 담담하게 소설을 쓰고 있지만, 주인공 병근이가, 시도하는 연애마다

실패하고 '여자는 개다, 여자는 개 같은 존재, 개에 불과하다'라는 명제에 사로잡혀, 여자는

개인데 자기는 여자에게서 배신당했음으로 여자와 개 사이에 (그의 친구들로부터 놀림 당

하는 말마따나) '개 같은' 자기가 끼어있다는 생각에 시달릴 쯤에 이르러서는 우리는 킥킥

거리며 소리내어 웃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의 군 생활 졸병 시절 점호에 들어온 당직 장교를 친구로 착각하고 벌이는 해프닝의 '개

같은' 결말과,  직장 시절 인터뷰 촬영 출장에서 한눈에 반한 여비서를 취하려고 과감, 신속,

정확하게 움직여보지만, 역시나 자기만 멍청해지고 마는 마지막 장면에서 병근이는 '개

같은'이라는 말을 내뱉는데... 마치 김유정의 단편 '봄봄' 이나 '동백꽃'에서의 유머와 재치

와 반전을 연상시킨다. 최수철이 '김유정 문학상'과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까닭을 알 수 있네.


최수철은 나이 들면서 문학적으로 계속 성장해 대학 문창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많은

독보적인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는데, 한국문단에서 또 한 갈래의 의미있는 맥을 형성하고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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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퇴근 후, 오랫만에 진주의 친구들 모임에 참가하여 술과 정을 나누며 밤 늦은 시간까지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 그 곳 주모 왈, 시간이 야심한데 그냥 자기 집에서 자고가라고 나만 자꾸
붙잡아서 뿌리치느라 혼났네...ㅎ


이따가 여기서 가까운 '강주연못'으로 연꽃이 피었나 구경 갔다가 점심 때는 그곳 입구에 있는 진주에서
소문 난 음식점에서 몸 보신이나 해야겠다. 주말에 이렇게 세탁기 돌아가는 중에 독후감 쓰며 객지에서
혼자 '무한자유'를 만끽하며 느릿느릿 지내보는 것도 꽤 쏠쏠한 재미네...ㅎ


친구님들도 주말 즐겁고 보람차게 보내시고...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이 식당 앞에는 개고기 요리로 특허청 등록을 받았다는  원조 ' 예하리 보신탕집'이 있는데,  집이 허름하고 위생

에 문제가  있어보였고, 진주 사람들은 이 '연화가든'이 짱이라 하네요.  

 

 

 

 

강주연못에 나가 보았더니 연꽃은 아직 피지 않았고, 군데군데 조그만 꽃봉오리가  터지고  있었습니다. 대포

카메라를 둘러메고 촬영나온 젊은이에게 부탁하여 한컷 박았습니다. 장산이를 보고싶어 하는 친구들용입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