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초에 4일간 해운대에 들렀다 올라간 후 거의 두달만에 어머니집에 내려왔다. 현직에서 물러나면 개인적인 시간여유가 더 많이 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네. 조그마한 개인 일이라 하더라도 일단 벌여놓으니, 내 성격상 어영부영할 수도 없고... 가끔씩 회사의 기술자문 요청에도 응해야지... 어머니 문제에 신경도 더 써야 하고... 현직에 있을 때보다도 몸과 마음이 훨씬 더 바쁘네. 개인적인 취미생활과 사교활동은 일단 접어둔 상태다.
지난 일기장과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머니는 2013년초 홀로 되신 후, 약 3년간은 그런대로 지내오셨지만, 2016년 중반쯤 부터 내가 어머니의 기억력 저하, 이상행동, 망상, 환청, 환시 등을 조금씩 인지하기 시작했으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1년 동안 어머니는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혼자 지내오신 셈이다. 나는 속으로는 어머니의 치매를 확신하였으나, 밖으로는 설마설마하면서 어머니의 치매를 인정하기 싫었던게지. 내가 어리석었다.
내가 여러번 어머니에게 '서울에 올라가서 우리와 같이 살자'고 권유해도, 어머니는 '싫다. 혼자 사는게 더 편하다' 하시고, 그렇다고 시설로 보내기는 내가 싫고, 당신께서도 '요양원에는 절대 안간다' 하시고... 어머니의 병과 치료 그리고 생활에 대하여 정확하고 효율적이고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나와 동생과 어머니는 위태로운 시간만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이번에 어머니와 닷새간 같이 지내면서 비교적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는 젊을 때부터 바느질 솜씨가 뛰어났는데,,, 집에 있던 골동품 재봉틀이 고장나, '미싱, 미싱, 미싱수리해야되는데...' 하고 노래를 불러서, 어제 어머니와 함께 나들이 겸사겸사 조방앞 미싱골목에 들러서 브라더미싱 신품을 한대 사드렸다. 과연 어머니가 저 미싱을 사용할 수나 있으실까... 어쨋거나 어머니는 무척 흡족한 표정이다. 내일은 어버이날... 동생식구들이 저녁에 해운대에 들러 어머니와 같이 지낼 것이다. 나는 서울 일때문에 오늘 상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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