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기

어머니의 SOS 요청

와우산 2017. 6. 10. 22:13

   월초에 주말과 현충일을 끼워 4일간 어머니와 지내다 올라왔다. 올해 들어와, 특별히 바쁘지 않으면 한달에 보통 4~5일은 해운대에 내려가 어머니와 함께 지내다 올라오는데, 서울에 올라와서도 어머니에게 전화를 더 자주 하고, 부산 동생도 더 자주 어머니집에 들르고, 어머니일로 동생과 나와의 통화도 더 많아지고... 확실히 어머니의 상태가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좋지 않은 사례들이다.


   오늘도 어머니와 통화를 하는데, 나더러 빨리 집에 좀 내려와달란다. 무언가에 쫒기는 듯 불안하고 강박증을 느끼며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상태인 것 같다. 큰아들에게 일종의 SOS를 요청하는 셈이다. 내가 부산집에 다녀온지 사나흘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난달 말에도 통화중에 SOS를 치더니... 그때도 내려가서 체크해보니 '누가 미싱을 훔쳐갔다...', '그년이 돈을 빌려가서 안갚는다...' '네가 좀 해결해다오' 등등 망상으로 횡설수설하셨다.


   어머니를 방문요양보호서비스를 받게 하기 위해, 나와 동생은 주위의 자문을 받아 얼마 전에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신청을 하였고 이번에 5등급 판정을 받았다. 평일 오전에 거의 매일 3시간씩 요양보호사님이 어머니집을 방문(재가급여)하여 청소, 식사, 약 복용 등 어머니의 생활을 돌보아 준다니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되겠다. 왜 진작 이런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을까? 나와 동생 공히 무사안일, 관심부족... 우리가 어머니를 돌본다고 정신 없이 왔다갔다하면서 몸만 바빴지, 지금까지 도대체 뭘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