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기

집이냐? 시설이냐? (2)

와우산 2019. 12. 9. 22:00

사실 동생은 2017년 9월 경 어머니가 동네를 배회하는 등 심한 치매 증세를 보일 때부터, 자기가 주위 경험자들에게 알아보았다며,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라고 나에게 두어 번 의사를 타진해 왔는데, 내가 반대하였다. 어머니가 예전부터 입버릇처럼 '절대 요양원에는 안 간다. 죽어도 집에서 죽겠다.'라고 말해 왔고, 나도 요양병원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 때문에 '어머니의 인지기능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는 거기로 보낼 수 없다.'라고 잘라 말하였다. 재가급여센터의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 등 재가급여 관련자들도, 환자가 위중한 상태가 아니면 자기들이 돌보는 환자를 시설로 보내라고 가족에게 먼저 권고하지는 않는 것 같다. 왜냐하면 재가서비스가 그분들의 일이요 수입원이니까.

 

그런데 이번에 경험해보니, 그때 동생의 의견대로 어머니를 설득하여 좀 더 일찍 요양병원에 모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리했다면 지난번처럼 어머니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고 후회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차라리 일찌감치 시설에 모셨으면 정신적, 육체적, 시간적, 경제적으로 우리의 부담이 훨씬 덜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어머니도 훨씬 안전하고 편안한 상태로 지낼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요양병원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간병사(혹은 요양보호사)가 환자를 24시간 밀착하여 케어(의료, 간호, 투약, 식사, 목욕, 잠자리 등)해주기 때문에, 환자는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고 가족들은 큰 짐을 덜고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것이다.

 

환자를 잘 치료하고 돌보아야 한다는 의료인의 사명감은 차치하고라도, 요즘 환자 유치에 경쟁이 심한 요양병원 입장에서 보면, 입원환자가 잘 먹고 잘 자며 병원의 보살핌을 잘 받아 가능한 한 오래 병원에 머물러야 병원의 수입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환자의 진료와 케어에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어, 그 점은 보호자의 입장에서도 크게 안심이 되는 요양병원의 긍정적인 측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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